“저축 여력도 양극화…10명 중 6명은 대출 갚는 중”

대출 상환 등 고정 지출 제외 소득 절반 이상 남는 소비자 28.1%
“투자보다 대출 상환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 의향 높아져”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3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저축 여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가구들의 저축 여력에 있어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일 발표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구 소득은 511만원으로 2022년(489만원)보다 22만원 증가했다.

가구 소득에서 고정·변동 지출과 보험료, 대출 상환액을 제외한 남은 금액을 저축 가능액으로 간주할 때 소득의 절반 이상이 남아 저축 여력이 높은 소비자의 비중은 28.1%로 2022년(25.1%)보다 3.0%포인트(p) 늘었다. 저축 여력이 낮은(0%∼30% 미만) 소비자도 같은 기간 32.3%에서 34.9%로 2.6%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저축 여력이 중간 수준인(30∼50%) 소비자 비중은 29.9%에서 24.4%로 5.5%p 감소했다. 연구소는 "가계 재정이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들의 월 소비·지출액은 지난해 평균 243만원 수준으로 2022년(241만원)보다 2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항목은 식비, 공과금, 경조사 등이었다. 의류·잡화, 명품 구매 비용, 국내 여행 경비 등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 대출 보유율(49.2%)은 2022년(50.4%)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평균 대출 잔액(4287만원→4617만원)은 더 늘었다. 대출 보유자 가운데 최근 1년 내 대출을 중도 상환한 비율은 61.1%(전액 중도 상환 20.6%·일부 중도 상환 40.5%)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최근 2∼3년 전만 해도 '빚투', '영끌'처럼 대출 레버리징을 통한 자산 증식이 성행했으나 올해는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 내 신규 가입 의향이 있는 상품으로는 저축상품(44.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신탁상품의 경우 향후 1년 내 가입 의향(38.8%)이 최근 1년 내 가입률(26.7%)보다 12.1%p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보고서 작성에 앞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7월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