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막무가내 떼쓰기에 싸늘해진 일본 여론

백종인 2024. 1.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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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OSEN=백종인 객원기자] 2022년 5월의 일이다. 지바 구장에서 열린 롯데-오릭스전 때였다. 2회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고 감정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회심의 1구였다. 바깥쪽에 꽉 찬 코스였다. 잡아줘도 충분한 공이다. 그런데 구심은 외면해 버린다. 당연히 투수는 불만스럽다. 표정만 그런 게 아니다. 투덜거리는 혼잣말도 들렸다. 입 모양이 이렇게 삐죽거린다. “말도 안 돼.”

그때였다. 그걸 본 심판이 발끈한다.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감정이 잔뜩 실린 걸음걸이다. 포수가 서둘러 말려본다. 하지만 소용없다. 오히려 아래위로 무섭게 부라리는 눈빛과 마주쳤다.

어느 틈에 거리가 좁혀졌다. 투수 바로 앞까지 진격이다. 그리고는 안광으로 레이저를 발사한다. “이봐, 자네. 뭐라고? 뭐라고 그랬어?”

이 장면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우리 식으로 하면 꼰대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심판에 대한 야유가 빗발친다. 미묘한 판정이 나오면 관중석에서 거친 욕설이 터진다. 배정된 일정도 외부로 알려진다. 신변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많은 매체가 비판을 쏟아냈다. TV 예능, 시사 프로그램도 이슈로 다룬다. 심리학자의 인터뷰까지 등장했다. 해당 심판은 분노 조절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지어 정치권까지 확산된다. 일본 사회 전반에 대한 성토가 벌어졌다.

(당시) 45세의 심판 시라이 가즈유키가 곤욕을 치른 사건이다. 물론 아름답지 못한 광경은 맞다. 그렇다고 엄청난 일은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가끔 생기는 부딪힘 정도다. 그런데도 논란은 쉽게 잠들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부글거렸다.

이유는 하나다. 시라이 심판이 건드린 상대 때문이다. 꼰대질(?)의 피해자는 바로 사사키 로키(당시 21세)였다. ‘레이와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투수다. 연호는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는다. 쇼와의 괴물(에가와 스구루), 헤이세이의 괴물(마쓰자카 다이스케). 그야말로 계보를 잇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사고 몇 주 전에는 역사에 남을 퍼펙트게임도 달성했다. 한 경기 19K, 13타자 연속K, 52타자 연속 범타. 160㎞를 가볍게 넘기는 불같은 강속구를 뿜어낸다. 일본 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다. 그런 영웅을 건드렸으니, 국민적 분노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공기가 달라졌다. ‘레이와의 괴물’을 향한 시선이 싸늘하다. 철없는(?) 미국 진출 요구 탓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였다. 갑자기 당혹스러운 보도가 전해졌다. 구단에 포스팅 신청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잇따른 NPB 출신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자극제가 됐을지 모른다. 오타니 쇼헤이의 성공 사례에 용기를 얻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바 롯데 구단이 허용할 리가 없다. 아직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봉 재계약을 볼모로 잡는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해를 넘겼다. 입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 대개 12월 안에 합의가 끝난다. 특히 저연차 선수의 경우는 더 그렇다. 돈 문제로 질질 끄는 건 마뜩잖게 여긴다. 구단 자체로도 2019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당시는 34세의 9년 차 투수 오타니 토모히사가 이듬해까지 실랑이를 이어갔다.

지바 롯데 마린스 SNS

이런 행태에 대해 여론은 곱지 않다. 너무 이른 시기에, 과한 주장을 한다는 게 중론이다. 100이닝을 넘긴 건 1시즌뿐이다. 2022년 129.1이닝(9승 4패)이 전부다. 올해도 91이닝(7승 4패)이 끝이다. 프로 4년간 합계가 283.2이닝에 불과하다.

부상 탓도 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한 까닭이다. 첫해(2019년)에는 아예 실전 기록이 없다. 2군에도 보내지 않았다. 1군에 데리고 있으며, 투구폼 교정,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불펜 투구만 시켰다.

그런 은혜도 모르고 벌써 나갈 생각만 한다는 수군거림이다. 이제 좀 쓸만해지니까 팀을 떠나려 한다는 지적이다. 몇몇 매체가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야구인들의 코멘트가 인용된다.

게다가 나이도 걸린다. 25세 이하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만 가능하다. ML 팀별로 할당된 금액은 무척 제한적이다. 포스팅 진출의 경우 이적료(포스팅 금액)도 여기에 비례한다. 사사키는 올해 23세가 된다. 지바 롯데에게 돌아가는 몫도 따져봐야 한다.

야후 재팬의 관련 기사에도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다.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다. ‘실망스럽다’ ‘도리가 아니다’ ‘철이 없다’ 같은 내용들이다. 몇 개를 추려봤다.

‘오타니나 야마모토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팀을 우승시킨 뒤에 꿈을 위해 떠났다. 충분한 명분과 자격을 갖추고 나갔다.’

‘1년이라도 로테이션을 지켜낸 적이 있는가. 아직은 공감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 가면 4일 휴식 후 등판해야 한다. 지금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걸 견뎌낼 수 있겠나.’

‘고교 때부터 대단한 보호 아래서 성장했다. 이런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은 뒤에 떠나는 게 맞다.’

‘포스팅은 엄연히 구단의 권리다. 손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은 무리다.’

지바 롯데 마린스 SNS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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