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정 사상 첫 귀화선수' 카메론마틴 로리, 용인시청 입단
조부 한국전 참전 용사·부친도 선수 출신…“한국서 국가대표로 꿈 이루고 싶어”
“조정을 하면서 항상 어머니의 나라에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등 한국에서 제 꿈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수상 스포츠인 조정(Rowing)의 대한민국 100년을 눈앞에 둔 2024년 새해 둘째 날. 용인조정경기장에는 얼핏 봐도 외국인으로 보여지는 선수가 ‘용인특례시청’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른 동료들과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 28일 용인시청 조정팀에 입단한 ‘조정의 본고장’ 영국 출신 귀화선수 1호 카메론마틴 로리(21)다. 역시 조정 선수 출신인 영국인 아버지 카메론마틴 존씨와 한국인 어머니 염혜경씨 사이의 외아들로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귀화했다.
로리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순간 병역의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쉽지 않은 귀화의 결정을 내렸다.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기량 차를 보이고 있는 한국조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기꺼이 그 의무를 다하겠다는 용기에서다.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호주에서 태어난 로리는 2012년 중학 2학년 때부터 조정을 시작, 2017년 영국으로 돌아간 뒤 아빙던스쿨서 럭비와 조정을 함께 했고,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운동을 계속했다.
영국에서는 고교와 대학때까지 에이트(8인승)를 기본으로 타야하기 때문에 주 종목으로 삼고 운동을 하다가 2019년 싱글스컬을 시작하는 등 더블스컬, 쿼드러플스컬 등 여러 소정(小艇)도 타기 시작했다.
로리는 조부가 영국군 장교로 한국전쟁 때 2년간 참전했고, 항공우주 IT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아버지가 25년전 인천국제공항 건립 당시 근무한데 이어 자신이 1호 귀화 조정선수가 돼 3대째 대한민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로리는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이모를 통해 한국에서 운동하고 싶다며 대한조정협회에 팀을 수소문 했고, 이때 용인시청을 소개받아 그해 10월 화천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입단하게 됐다.
그의 귀화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우려 때문에 ‘아들 바라기’인 아버지가 반대를 했으나, 결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로리는 “내게는 흥미로운 일에 대한 도전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면서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정보와 테크닉 등 기여할 부문이 많다. 한국 조정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로리는 “조정은 팀 운동이기에 팀웍이 중요하다. 메달은 당일의 행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나는 양 손잡이어서 어느 포지션을 맡기든 다 소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리는 “한국의 스타일이 영국과는 좀 다른데 잠재력은 크다. 한국인들은 모든 일에 열정적이기 때문에 우리 팀도 모두가 스마트하게 한다면 팀 전체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내가 아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선을 다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싶다. 그 때는 내가 승리자가 아닌 한국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아직 나는 어리고 가야할 길이 멀기에 호주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자란데 이어 한국에서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준형 용인시청 감독은 “지난해 테스트를 하면서 파워와 테크닉이 국가대표를 능가하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노를 젓는 리듬이 길고 양손을 잘 구사해 좌우 어느 쪽을 맡겨도 소화가 가능하다”라며 “동계훈련을 착실히 쌓아 앞으로 싱글스컬과 쿼드러플스컬, 에이트 3개 종목을 태울 생각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조 감독은 “로리를 영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잘 지도해 용인특례시와 경기도, 대한민국 조정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귀화선수 로리가 최근 침체해 있는 한국 남자 조정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지 그의 등장에 국내 조정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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