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모 지분 무상 증여받은 미래에셋 2세, 증여세만 수백억… 3월 말까지 내야
미래에셋금융그룹 2세인 박준범씨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늘렸다. 1993년생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인 박씨는 원래 누나들과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해 왔는데, 이번에 고모의 주식을 무상 수증함에 따라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아버지인 박현주 회장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게 됐다.
현재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박현주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기부하는 약정을 맺었는데, ‘좋은 일’을 하는 김에 승계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준범씨가 2대 주주가 된 만큼 나머지 작업은 수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씨가 수증한 비상장주식 가치는 약 400억원이라는 게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는 증여세를 15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증여세는 상속세와 달리 물납이 불가능해 박씨는 오는 3월 말까지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이 기부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구조를 짰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준범씨 입장에선 증여세 수백억원의 납부 부담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이 방법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 상속세 수백억원대 추산… 5년간 나눠 내는 것은 가능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준범씨는 지난달 26일 박현주 회장 여동생인 박정선씨로부터 보통주 2만5884주(3.33%)를 무상으로 증여받았다. 박준범씨의 지분율은 8.19%에서 11.52%로 높아지게 됐다. 아버지 박 회장(48.63%)에 이어 장남이 2대 주주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비상장주식 가치는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추산해야 한다. 주당 평가액은 주당 순손익가치(최근 3개년의 주당 순손익액을 가중평균 내서 기재부가 정하는 이자율 10%를 나눈 값)에 3을 곱한 값, 그리고 주당 순자산가치에 2를 곱한 값을 더해 5로 나눠 구할 수 있다.
부동산 가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지 않고 관계기업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이 산식을 적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인 박정선씨 지분을 증여하는 경우에 해당해서 20%를 더 가산해야 한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므로 증여세율 50%가 적용되며, 누진공제는 4억6000만원, 면제 한도는 1000만원으로 증여세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박씨가 고모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작년 12월)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증여세를 신고해야 하므로, 오는 3월 말이 기한이다.
증여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물납하는 건 2016년 세법 개정으로 불가능해진 상태다. 다만 5년에 걸쳐 나눠서 납부할 수는 있다. 세액을 ‘연부연납 기간+1′로 나누면 한 회당 납부해야 할 금액이 나온다.
◇ “박 회장 가족의 사회 환원 위한 최선의 선택”
이번 주식 증여는 박 회장 가족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한다. 박 회장과 박정선씨 및 두 조카가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의 사회 환원을 결정한 상황에, 박준범씨에 대한 지분 무상 증여는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일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이 훗날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희망재단은 박 회장이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그룹에 따르면 박정선씨, 그리고 박 회장 조카(누나의 자녀)인 송성원·송하경씨도 보유 중인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희망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들 세 사람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8.43%가 되는데, 문제는 현행 세법 및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익법인은 의결권 있는 국내 법인 지분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5% 초과 보유분에 대해선 즉시 증여세가 부과된다. 미래에셋그룹은 “희망재단이 증여세를 낼 수는 없으니, 그 대신 박정선씨가 지분 3.3%를 조카 박준범씨에게 무상 증여한 뒤 나머지 지분만 기부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카에게 지분을 넘기기로 결심한 박정선씨에겐 증여와 양도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박준범씨 입장에서야 당연히 주식을 사는 것보단 무상 수증한 뒤 증여세를 내는 게 금전적 측면에서 낫다. 또 만약 박정선씨가 조카에게 양도를 하고 수백억원을 손에 넣었다면, ‘사회 환원’이라는 미래에셋의 목적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창업 초기 투자한 가족들이 본래의 약속을 실현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특히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희망재단을 설립하고 기부를 한다는 것에 가족 전체가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은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기부 또는 증여를 통해 정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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