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2023년 벤처 투자… 초기 투자 비중은 되레 늘어
시리즈 후반 갈수록 기업 가치 부담 커져
증시 부진으로 상장 통한 회수 막힌 영향도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벤처투자 업계가 혹한기를 겪으면서 투자금이 전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시드 투자와 시리즈 A 등 초기 단계 투자 비중은 되레 늘었다. 초기 단계 기업일수록 기업 가치에 대한 부담이 덜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벤처 정보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전체 VC 투자금액(CVC 제외)은 총 2조211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조6275억원보다 52%나 감소했다. 고금리 여파에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서 위험이 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전체 투자금은 줄었지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전체 투자액에서 시리즈 A 이하 단계 투자금 비중은 2022년 37.9%에서 42.6%로 4.6%포인트(P)가량 증가했다. 전체 투자금이 줄어든 만큼 액수로 보면 1조7540억원에서 9421억원으로 감소했다.
VC들이 초기 단계 기업 투자에 집중한 이유는 기업 가치 산정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투자자들이 많아지는데, 다음 라운드 기업 가치를 두고 협의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어떤 기업을 기업 가치 1조원에 투자한 투자자는 다음 라운드에서 해당 기업이 1조원보다 낮은 기업 가치에 투자받는 것을 꺼린다.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순간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장부상 평가 손실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며 상장에 가까워질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한다.
VC업계 한 임원은 “초기 기업들의 경우 VC 쪽에서 협상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도 용이하고, 기존 투자자들이 적어 기업 가치 산정의 어려움이 적은 편”이라며 “지난해의 경우 증시가 부진한 탓에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활발하지 않아 후기 투자 난도가 높았던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반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분야에 투자금이 몰렸는데, 이들이 대부분 신생 기업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투자 톱3 IMM인베·아주IB·KB인베…아주IB는 전년比↑
올해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을 제외한 VC 중 IMM인베스트먼트가 누적(추정치)으로 총 1773억원을 투자해 투자금 1위를 기록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총 18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전년(3880억원) 대비 투자금 감소 폭은 54%로 전체 평균보다 많았지만, VC 규모가 큰 만큼 전체 투자액은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아주IB투자의 경우 2022년보다 오히려 투자금이 늘었다. 2023년 1493억원(14건)을 투자했는데, 지난해 558억원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아웃도어 업체 헬리녹스에 가장 많은 금액(500억)을 투자했다. 인터넷 데이터 기업 드림마크원, 2차전지용 절연재 기업 보백씨엔에스 등에도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많은 투자금을 집행한 KB인베스트먼트도 투자금 감소 폭이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다른 VC들에 비해 활발히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투자 건수(50건)를 기준으로 하면 VC 중 가장 많은 투자를 기록했다. 시리즈 A에서 B단계에 해당하는 초기 기업들에 많은 투자를 집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누적 투자금은 1206억원이다. 망고부스트와 피스피스스튜디오,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김보섭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이미 펀드를 조성해 자금 여유가 있는 VC들은 더 활발히 투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리즈 A 이하 기업들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해야 하는 부담이 적고, 후속 투자 때 투자 조건을 변경하기도 수월해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국투자파트너스(752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718억원), LB인베스트먼트(593억원), 미래에셋벤처투자(589억원), 신한벤처투자(499억원), 알토스벤처스(489억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479억원) 등이 올해 투자금액 상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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