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올해도 10개 도크 '풀 가동'[역동의 산업 현장을 가다④]

김동현 기자 2024. 1.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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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넘치는 울산 조선소 곳곳에서 구슬땀 흘리는 직원들
차별화된 엔진 기술력과 아파트 36층 높이 골리앗 크레인
선별 수주로 피크아웃 우려 불식하고 장기성장 토대 구축
[서울=뉴시스]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울산=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3년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K-조선 발전을 견인해 나가겠습니다."

지난달 22일 기자가 찾은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장은 선박 건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에 여념이 없었다. 직원들도 "조선업계가 다시 호황기에 접어든 것을 실감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3월 처음으로 선박 건조를 시작해 지금까지 2300여척의 대형 선박을 만들었다. 전 세계로 투입되는 배 5척 중 1척이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에서 만든 것일 정도로 현대중공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뛰어나다. 실제 올해 6월말 기준 전 세계 선박 인도 시장 점유율은 17%다.

이날 울산조선소 선박 건조장(도크)에는 한창 작업 중인 선박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각 도크마다 2~4척씩 선박을 만드느라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서울=뉴시스]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일감 넘치는 울산 조선소…곳곳에서 구슬땀 흘리는 직원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190만평(630만㎡)의 크기다. 조선소가 너무 넓은 데다, 선박 부품을 나르는 차량들도 다수 주행하고 있어 걸어서 다닐 수 없고, 전용 투어차량을 타고 조선소를 둘러봤다.

이 조선소에선 선주들로부터 선박 주문을 받은 뒤 설계를 하고, 설계 도면에 따라 각 공장에서 사용할 블록을 만든 뒤 이를 하나씩 용접해 배를 만든다.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선각공장이다. 이곳에선 철판을 설계도면에 따라 자르고, 휘고, 용접해서 배의 겉 부분에 해당하는 작은 단위의 블록을 생산한다. 선각공장 안에서는 용접공이 불꽃을 튀기면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나의 블록 무게는 150~200톤으로 이처럼 거대한 블록을 250~400개씩 만드는 것이 배를 건조하는 첫 번째 준비 과정이다. 이후 트랜스포터를 통해 이 블록을 배를 만드는 도크로 옮기고, 골리앗 크레인으로 조립한다.

선각공장 옆 철판 야적장에는 두께 16㎜에서 30㎜에 이르는 두꺼운 후판이 가득 쌓여있다. 이 철판들은 큰 자석이 붙어있는 크레인을 이용해 운송한다. 이후 녹과 이물질을 제거해 방청페인트를 칠한 뒤 블록으로 만든다.

선각공장 다음은 대조립공장에서 맡는다. 선수와 선미처럼 곡선형태의 블록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이 곡선 블록들은 파이프를 설치하는 선의장 작업을 거친 후 도크 옆으로 운반해 선박을 만드는데 쓴다.

[서울=뉴시스]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모습(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아파트 36층 높이 골리앗 크레인…차별화된 엔진 기술력

울산조선소는 대형 선박용 엔진과 육상 발전용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도 따로 갖추고 있었다. 이곳은 연간 400여대의 대형 엔진과 1600여대의 중형 엔진을 만들 수 있다. 대형 엔진은 선박 가격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설비다.

현대중공업은 1979년에 첫 번째 엔진을 생산한 후 2010년 9월 대형 엔진 생산 누계 1억 마력을 돌파했다. 올해 3월에는 2억 마력을 돌파했다. 선박 건조량이 그만큼 급증했고, 엔진 건조 기술 노하우도 쌓은 결과다.

이곳에서 생산한 역대 최대 엔진은 10만8920마력으로 총 14개 실린더로 이뤄져 있다. 이 엔진의 높이는 14m(건물 5층 높이), 길이 27m, 자체중량 2300톤으로 엄청난 성능을 발휘한다.

울산조선소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도 명물이다. 블록이나 엔진 등 거대한 부품을 들거나 설치하는 골리앗 크레인의 정식 명칭은 '겐트리 크레인'이지만 현장에선 '크고 힘이 쎄다'는 뜻에서 '골리앗'이라고 부른다.

울산조선소에만 10대가 있는 골리앗 크레인은 109m로 아파트 36층 높이다.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중량은 1290톤으로 가장 큰 골리앗 크레인은 1600톤까지 거뜬히 들 수 있다.

[서울=뉴시스]좌측부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사진=HD현대) 2023.11.10 photo@newsis.com

선별 수주로 피크아웃 우려 불식하고 장기성장 토대 구축

3년치 이상 일감을 수주한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에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친환경 선박 수주를 통해 경쟁력을 배가할 방침이다. 일부에서 '피크아웃(경기 정점)' 우려도 있지만 울산조선소 직원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은 총 158척, 223억2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4000만 달러 대비 141.9%를 당성한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HD현대의 조선 계열사들은 올해부터 질적 성장기에 본격 돌입한다.

증권가에선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상승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경우 7년만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돌파했는데, 올해에는 영업이익 1조2469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 2조1249억원 달성도 예상된다.

정기선 부회장과 김성준 대표이사 투톱 체제를 완성한 한국조선해양은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이끌 비전을 위해 무탄소 전기추진 선박과 유·무인 전기 함정을 이곳 울산조선소에서 시도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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