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외계+인', 1부는 프리퀄일 뿐 본체는 2부에 있었다

강효진 기자 2024. 1.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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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2부. 제공ㅣCJ ENM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1부의 아쉬움을 양분삼아 완전무장으로 돌아온 '외계+인' 2부가 관객들의 기대를 반전시키기 위해 나섰다. 베일을 벗은 '외계+인' 2부를 보고나니 1부가 프리퀄, 2부가 '본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1부 관람 없이 2부 관람이 가능한 것도 이 덕분이다.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부는 1부에서 쌓아놓은 모든 비밀이 드러나고 반전이 드러나면서 1부보다 월등한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다만 재밌는 만큼 다소 '난이도가 있다'는 인상인데, 세계적인 감독들이 인정한 최고의 콘텐츠 눈높이를 가진 한국 관객들에게는 수월하게 '덕질 포인트'가 되겠다 싶은 관계성과 설정들이다. 물론 그 눈높이에는 호락호락하지 않겠다 싶은 아쉬운 지점들도 없진 않다.

먼저 2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1부보다 확연히 간결해진 스토리 라인이다. 편집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고, 캐릭터들의 목적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드러났다. 최동훈 감독이 100번 이상 보며 한땀한땀 편집과 후시녹음을 더한 덕에 영화가 한층 친절해졌다. 시공간 변화에 대한 고민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인상이다.

'외계+인'이 얼핏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3개의 시간대를 오가는 듯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점은 '과거'와 '미래'(라고 부르는 현재) 두 가지다. 1부에서 우릴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트릭'은 시간의 흐름이다. 보통은 과거와 미래의 시간 흐름을 같은 속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계+인'은 편집을 이용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확연히 다르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반전을 만들었다.

관객들이 볼 때 1부에서 미래는 '하바'(외계 대기)가 터지기 직전에 아주 느리게 고여있고, 과거는 10년이 훌쩍 흐른다. 이를 이용해 과거와 미래 사이 이안(김태리)의 캐릭터 반전을 만들어냈다. 2부에서는 1부에서 그간 벌어진 상황과 수습 과정을 전반부에 보여주고, 등장인물을 모아 외계인을 무찌르고 하바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래로 향한다. 1부에 특별한 서사가 없던 민개인(이하늬)을 자연스럽게 전투 멤버로 합류시키는 과정에서 능파(진선규)라는 새 캐릭터,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시간 차를 이용해 힘을 보태는 트릭을 사용한 것이 2부의 핵심 반전이다.

▲ \'외계+인\' 2부 스틸. 제공|CJ ENM

두 번째로 인상적인 지점은 개념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시공간의 과감한 결합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다. 과거(고려), 현재(한국), 미래(외계)로 나뉜 관념적 캐릭터 능력치를 한 번에 융합시킨 전투 장면들이 돋보인다.

지금까지의 SF물은 대개 과거+현대, 혹은 현대+미래다. 현대 문물을 과거 인물에 결합하거나, 지금은 구현이 불가능한 수준의 미래형 과학기술 혹은 초월적 존재를 현재 시점에 펼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 인물이 권총을 쏘는 것은 과거와 현대의 결합, 익숙한 빌딩 숲을 배경으로 시민들이 외계인에게 쫓기는 모습은 현대와 미래를 결합한 비주얼이다.

그러나 '외계+인'은 세 가지 관념을 과감하게 한 앵글에 합치면서 이 작품만의 오묘하고 낯선 매력을 만들어냈다.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도사 무륵이 부채를 휘두르다가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고, 갑자기 '아이언맨'이 될 정도다. 마치 2차원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3차원에 떨어진 듯한 세계관 확장이다. 관객들에게 본 적 없는 새로운 감상과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경험이 될 전망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어벤져스'가 떠오르는 엔딩의 몇몇 포인트도 있다. 그럼에도 가급적 흐린 눈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캐릭터 관계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은 덕분이 아닐까.

▲ \'외계+인\' 2부 스틸. 제공|CJ ENM

2부를 보고 나서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이야기는 캐릭터 빌드업과 엔딩까지 달려나가는 속도감, 떡밥 회수가 단숨에 이뤄졌어야 했다는 점이다. 만약 1부와 2부로 나누지 않고 결말까지 마무리 지은 약 3시간 내외의 1편짜리 극장판 '외계+인', 혹은 6편 가량의 TV 시리즈물이었다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을 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묻히기엔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때문에 2부를 위해 직전에 1부를 챙겨봤거나, 비교적 최근에 1부를 관람한 관객들은 그만큼 만족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보기 전부터 이 영화의 운명은 정해져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마음가짐에 따라서다. 혹평에 지레 편견을 갖고 '어디 두고보자' 하는 마음이라면 끝도 없이 아쉽다며 지적할 수 있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상상력의 한계 없이 경험하고자 나선 관객이라면 만족스러운 발상의 '신박함'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불치병도 낫게 해주고, 시공간도 오갈 수 있고, 잊고있던 힘도 각성하게 해주는 '신검'에 나도 한 번 살짝 베여보고 싶은 호기심을 선물해줄 판타지다.

과연 미래에서 '외계+인' 2부의 전투 결과를 지켜본 썬더는 개봉 직전 떨고 있는 과거의 썬더에게 어떤 텔레파시를 보내게 될지 궁금해진다.

오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쿠키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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