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러 끝나니 음모론과 혐오라는 칼이...[핫이슈]

정치테러 끝나니 음모론과 혐오라는 칼이...[핫이슈]

새해 시작부터 흉흉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에서 흉기 습격을 당해 쓰러졌다. 자칫 생명을 잃을뻔한 사고였다. 이대표의 피습은 혐오와 증오로 펄펄 끓고 있는 한국 정치판의 위험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정치테러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다음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대표의 생명을 노린 살인 미수 범죄로 밝혀졌는데도 근거없는 음모론과 억측이 무차별적으로 생산되고 버젓이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음모론과 배후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는 이들은 양극단의 정치 유튜버들이다. 정치테러가 끝나니 음모론이라는 칼이 우리 정치를 사정없이 베고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괴한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하고 있다. 2024.1.2 [유튜브 캡쳐]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은 이대표 피습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다. 한 극우성향 유튜버는 “한동훈 지지율이 오른 뒤 피습사건이다. 자작나무(자작극 의미) 사건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때 이대표를 찌른 도구가 칼이 아니라 종이칼, 나무 젓가락, 휴대폰 케이스 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정권 사주’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대표를 지지하는 유튜버들은 “윤석열·김건희 사주로 벌어진 일” “악마들이 의료진을 매수할 지 모르니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야말로 가짜뉴스의 범람이다. 유튜버들은 이대표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생중계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라면 상관없지만, ‘카더라’식 정보를 뿌리고 음모론을 부추겨 돈을 버는 ‘사이버 렉카’ 들이 상당수여서 우려가 적지않다.

혐오와 조롱이 섞인 댓글도 판을 치고 있다. “이재명의 인과응보” “맞을짓 했다”“1cm 열상 가지고 쇼를 한다”등 악의적인 댓글이 부지기수다. 살인미수범을 영웅시하는 글도 난무하고 있다 “아깝다 살인이어야 열사칭호 받는건데” “나무 젓가락 열사” 등 하나같이 억지스럽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이경 전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은“”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해방정국을 연상케하는 정치 테러는 팬덤정치와 혐오정치가 결합된 극단의 정치가 낳은 참사다.

총선이 100여일 남은 시점에서 이렇게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증오와 혐오가 넘쳐나고 있으니 총선이 더 가까워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말만 앞세울게 아니라 심각성을 인식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망쳐버릴 진짜 위기다. 심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