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비용 처리 시기 언제쯤...배당 여파는?
'어닝쇼크' 우려 나오지만 배당규모 유지할 듯
2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2차 상생금융' 지원 규모가 확정되면서 비용 인식 시점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이 자율적으로 비용 처리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4분기에 '공통프로그램' 비용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4분기 금융지주 순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율 확대를 외친 만큼 상생금융 비용 반영이 주당배당금(DPS)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자 캐시백' 4분기 처리 유력…어닝쇼크 우려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민생금융 지원을 위해 각각 3067억원, 275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도 214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지난해 순이익의 약 10%를 민생금융에 지원하는 만큼, 아직 지원방안 및 규모를 발표하지 않은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도 지난해 순이익 예상치의 10% 수준인 3480억원, 3700억원 수준의 지원안을 각각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심은 상생금융 비용 반영 시점으로 쏠린다. 상생금융 비용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될 경우 배당 재원이 감소해 배당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비용을 반영하는 방안과 올해 1분기부터 반영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인 상황이다. 공통프로그램의 지원 개시 시점은 올해 초지만 회계상 지난해 4분기 비용 인식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당국과 은행권은 이자환급(캐시백)이라는 동일한 방법을 활용하는 공통프로그램 비용은 지난해 4분기에 반영하고, 각 사마다 지원 방식에 차이가 있는 자율프로그램 비용은 올해부터 반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비용을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지주 각각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금융지주들이 각 사별 회계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비용 반영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공통프로그램 비용을 반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통프로그램은 민생금융지원금 2조원 중 80%에 해당한다. 이 경우 사실상 상생금융 비용 대부분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되는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비용 80%가 4분기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캐시백이라는 방법을 활용하는 공통프로그램 비용이 4분기에 반영되려면 회계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집행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충당금을 적용해서 비용으로 미리 잡아 두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들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어닝쇼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성과급이나 희망퇴직 비용 등을 정산하고 나면 4분기 순이익은 6000억~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상생금융 비용 약 3000억원을 반영하면 순이익이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각사별로 상생금융 비용 약 3000억원을 반영할 경우 금융지주들의 2023년 순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5%~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별로 건설사 PF 충당금 등을 추가로 적립할 경우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주주환원 강조…배당은 유지될 듯
민생금융 지원방안으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지만 주주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추세인 만큼 4분기 실적이 부진해도 주당배당금을 줄이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2023년부터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대원칙은 이익이 큰 폭으로 훼손되지 않는 한 주당배당금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주주 입장에서는 이익이 큰 폭으로 훼손돼서 배당이 줄어들 경우 치명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금융의 경우 4분기 실적 감소로 배당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비용을 반반씩 반영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4분기 상생금융 비용을 80% 반영할 경우 순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4분기에 비용을 비교적 덜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을 시행하고 있어 4분기 상생금융 비용을 처리해도 연간 주주환원율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기업은행 등 기말배당만 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4분기에 상생금융 비용을 털어낼 경우 주주환원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클 수 있지만, 분기배당을 하는 금융지주들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신한금융이 매 분기 균등한 주당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들이 주당배당금을 크게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지속해서 반영될 경우 은행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주는 이익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정책적인 부분에서 일회성 변수가 지속해서 발생하면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어서 은행주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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