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 ‘골든타임’ 임박 속 연락두절 51명…생존자들도 저체온증 등 2차 피해 우려
사망자 수 80여명으로 늘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규모 7.6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80여명으로 늘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임박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수십명이 연락두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마지막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교통망이 단절돼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한겨울 추위 속에서 연료 및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 오후 골든타임 ‘72시간’ 지나…정부 “구조 총력 다하라”
4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무너진 건물 아래 갇히거나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도로가 붕괴하거나 균열된 곳이 많아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신문은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각 지자체가 주민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오후 4시10분쯤 일어난 이번 강진은 이날 오후 4시10분이 되면 발생한 지 72시간이 지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72시간이 지나면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카와현 당국에 따르면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81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전날까지 396명으로 집계됐다. 구조 활동이 늦어지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시카와현 당국은 이날 강진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 51명의 이름과 나이, 성별 등을 공개했다.
노토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진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지진으로 고립된 인원이 740여명에 달하고, 인근 이시카와·도야마·니가타현 등의 피난자는 모두 3만4000명에 이른다.
아사히신문은 “노토반도 북부에는 홀로 거주하는 노인이 많다”며 “구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좁고 긴 반도의 끝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교통망이 단절돼 수색은 난항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비상 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지진 대응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재난 발생 72시간이 경과하는 오늘 오후까지 한명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현장 지원 투입 인력을 기존 2000명에서 4600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진 생존자들, 추위·식수 부족 고통…SNS엔 허위 정보 확산
지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한겨울 추위 속에서 연료 및 식수 부족 등 문제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와지마시에 거주하는 사도 묘코(74)는 지진으로 집의 벽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져 자동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연료가 부족해 3일간 시동을 걸지 않은 채 스키복 등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고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든 겹쳐 입고 추위를 견디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휘발유를 전달해주길 바란다”면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기온 저하 등으로 인한 ‘저체온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대피소의 생활 환경을 최대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난생활학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시노마키 적십자병원의 우에다 노부스케 부원장은 피난처로 주로 사용되는 체육관 등은 바닥이 차가워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피소들은 대부분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이불 대신 체육관 매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몸이 떨리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해지면 의식을 잃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선 과거 지진이나 쓰나미에서 살아남았지만, 이후 피난 생활 도중 건강 악화로 사망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과 물 등 보급품도 부족한 상태다. 한 대피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여성은 아사히신문에 “내 식량을 아이에게 줘도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나는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피소에서는 단수로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어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열악한 대피소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고교 3학년생인 다나카 유아는 집에서 옷과 교과서, 단어장 등을 들고 피난왔다. 이 지역은 통신도 끊겨 주변과 연락도 잘 취할수 없지만, 그는 불안 속에서도 “체력적으론 아직 괜찮다”며 공부를 이어갔다.
한편 온라인에는 생존자의 구조 요청에 관한 거짓 정보가 확산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지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복수의 계정들이 ‘#도움’, ‘#SOS’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엉뚱한 주소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거짓 정보의 확산은 생명과도 밀접히 연결된 일이라면서, 실제 도움이 절실한 피해자들의 구조 활동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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