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보다 비싸도"…'K-푸드' 일본서 고공행진
국내보다 가격 비싸…운송비·유통마진 등 영향
라면은 수출용 제품 차이…"현지 트렌드 반영"
[후쿠오카=김지우 기자] 지난달 26일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캐널시티 하타카'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장에선 K-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엔 K-팝 스타들의 굿즈와 함께 한국 음식만 판매하는 전문 매장이 마련돼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과자, 컵라면들이 진열돼 있었다. 이 매장에 들르는 소비자들은 대체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었다.
복합쇼핑몰부터 생활잡화할인점, 식자재 할인마트 등 곳곳에 'K-푸드'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수출품인데다 운송료, 내용물 차이 등으로 가격대는 국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매대 하나를 K-푸드가 빼곡히 메울 정도로 인기다.
"한국보다 비싸네"
캐널시티에 위치한 K-전문매장에서 제품들의 가격표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치즈, 까르보 불닭볶음면, 로제 불닭볶음면 컵라면의 가격은 개당 338엔이었다. 환율(922원)을 따져보면 한화로 약 3100원이다. 농심의 튀김우동, 짜파구리 컵라면도 338엔이었다. 이 제품들은 한국 편의점에서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보다 72% 높은 가격이다.
농심 신라면 큰사발면의 가격은 281엔, 한화로 약 2600원이다. 농심 짜파게티컵·새우탕·사리곰탕면, 오뚜기 진라면·참깨라면·콕콕콕 라면볶이, 팔도 왕뚜껑도 같은 가격이었다. 이 제품들의 한국 편의점 소비자 판매가는 1400~1700원이다. 농심 김치 사발면과 육개장 사발면의 경우 202엔이었다. 국내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스낵 제품도 한국 판매가보다 다소 가격이 높았다. 해태 허니버터칩 240엔(약 2200원), 크라운 콘칲 235엔(약 2160원), 농심 새우깡·매운새우깡과 오리온 썬칩은 각각 214엔(약 1970원)이었다. 한국 편의점에선 1400~1700원에 판매 중이다.
같은 날 방문한 생활잡화할인점 돈키호테 나카스점에서도 K-푸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돈키호테는 식료품부터 의약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유통 채널이다. 라면들이 식료품 코너에 통째로 자리잡고 있었다. 벽면 하나가 한국 라면 매대였다. 일본어로 기재된 상품안내표만 빼면 마치 한국 마트에 온 듯 했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4500원인 농심 너구리 5개입은 699엔(약 64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농심 신라면 5개입도 국내에서 3900원이지만, 돈키호테에서는 499엔(약 4590원)이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큰컵은 259엔(2380원)이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12개입짜리 제품은 세금 포함 539엔(약 4600원)이다. 한국 대형마트 기준 4300원으로 300원가량 차이났다. 용량 468g에 칼로리도 동일했다.
주류 코너에는 과일맛이 가미된 국내 제품들이 많았다. 주류도 국내 판매가와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장수막걸리 허니버터 아몬드주는 698엔(약 6410원), 국순당 쌀 바나나·청포도 막걸리는 498엔(약 4579원) 이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 청포도·딸기·자몽맛은 239엔(약 2200원)이다. 서울장수·국순당의 막걸리 제품은 국내에서 2000원대다.
내수용과 수출용 다르다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할 경우 현지 판매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운송료, 마케팅 비용, 세금 등이 붙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수와 수출용 제품의 내용물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점들이 현지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
실제로 농심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라면은 건더기가 국내용보다 더 많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 라면시장 트렌드에 맞춰 내수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건더기를 넣고 있다"며 "이에 내수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판매가는 현지 유통업체가 정한다. 삼양식품의 수출용 라면 제품에는 국내와 달리 모두 고기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리온은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수출용 제품이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지 판매가는 수출품인 만큼 관세, 딜러, 판매처 마진율 차이 등에 따라 국내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주류의 경우 주세법에 따라 국내와 판매가 차이가 생긴다. 국순당 관계자는 "제품의 레시피는 동일하지만 운송비, 유통마진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주류 중 막걸리는 국내에서 주세율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수출제품과 가격이 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 성장 중인 K-푸드
이처럼 일본 현지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라면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즉석면의 수입액은 지난 2017년 약 1999만달러에서 작년 약 5468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일본 내 한국산 즉석면의 점유율은 약 8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산 라면의 인기에 일본 대기업 제조사들도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업체들은 신제품에 ‘짜장면’, ‘진하다’ 등의 표현을 한글로 표기하기도 한다. 또 '맛있어'를 한국 발음 그대로 일본어로 표기한 ‘マシッソ’로 기재해 판매하고 있다.
K-푸드는 계속 확장 중이다. 이제 일본은 물론, 북미,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작년 국내 식품업체들의 라면 수출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11월 라면 수출액은 8억7599만달러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
한류 열풍에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보다 맛과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상품이라고 잘 팔리는 시기는 지났다"면서 "한류라는 부가가치 이외에 상품의 본질로 현지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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