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진은정, 원희룡·강윤형, 안철수·김미경 서울대 CC·전문직…내조 프레임 바꾼 정치인의 아내들
‘정치인의 아내’ 하면 그림자처럼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던 시절도 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다. ‘누구의 아내’라는 타이틀보다 전문가 직함이 어울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동훈(51)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60)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62) 국민의힘 의원은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라는 점 외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난 이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것이다. 한 위원장의 부인은 서울대 법대, 원 장관의 부인은 서울대 의대, 안 의원의 부인은 서울대 의대를 나와 미국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남편이 법조인으로, 정치인으로, 사업가로 활동하는 동안 아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학벌이나 직업이 절대적 가치는 아니지만 가정을 꾸리면서 자신의 분야에 매진해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대 법대 출신 김앤장 미국 변호사 진은정
진 변호사의 봉사활동을 두고 총선을 앞둔 한 위원장의 정치 행보와 연결 짓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법무부는 "국무위원 아내로서의 통상적인 활동일 뿐"이라고 밝히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주한 외교 대사 부인과 국무위원 및 차관, 금융기관장, 공공기관장 부인 등으로 구성된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와 수요봉사회 회원들이 연말 방한용품과 생필품 등으로 꾸린 사랑의 선물을 제작, 결연을 맺고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195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는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 외에 봉사원 지원, 재난구호 및 기부 활동 등에 참여한다. 올해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는 진 변호사 외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부인 김희경 씨,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남미경 씨 등 장차관 배우자, 15개국의 주한 외교 대사 배우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출신 정신과 전문의 강윤형
서울에서 신경정신과를 운영하던 강 회장은 원 장관의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에는 제주로 내려가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센터 스쿨닥터를 지냈고 이후에는 교육부 산하 정신건강전문가학교방문지원사업단 단장,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에는 학생 정신 건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은혜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강 회장은 지난 11월 24일 이주호 교육부장관 주재로 열린 '학생 마음건강교육 지원 논의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이 행사는 학교폭력, 왕따, 우울증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의 마음 건강과 정서 지원을 전담하는 조직 신설을 추진함에 따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워크숍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기조절능력, 감정 인식과 표현, 사회적인 관계 형성과 소통 등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성과 함께 건강한 학교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학교정신의학회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 증진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정식 설립은 2021년이지만 2007년 학교 소방안전훈련에 참가한 서울원묵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굴절 사다리차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해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며 많은 학생이 트라우마에 빠진 사건 등 학교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 함께하며 치유를 도왔다.
서울대 의대 출신 법의학 교수 김미경
안 의원과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선후배 사이다. 안 의원이 80학번, 김 교수는 81학번이다. 두 사람은 대학 진료봉사 서클에서 처음 만났다. 김 교수는 과거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굉장히 순수해 보이는데 썰렁한 농담을 많이 해서 진지한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공부를 잘할 것 같지 않았는데, 한 학년 위의 선배 언니들이 '철수는 완전 천재야. 철수는 한번 읽으면 다 기억해’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에 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대 본과 3학년 때부터 교제를 시작해 3년 정도 연애하다가 김 교수가 레지던트 1년 차이던 1988년 결혼했다.
김 교수는 가정을 꾸린 후에도 학업을 이어가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5년을 병리학 의사로 일했다. 2002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주립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 공부를 시작했다.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한 후에는 스탠퍼드대학교 법대에 특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2008년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귀국해 서울대 의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김미경 교수의 전공 분야는 의과학 관련 법규 및 정책이다. 서울대 의대 홈페이지는 김미경 교수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포함하는 생명과학 정책에 관한 연구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들 부부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보름간 의료봉사를 했다.
이들 부부의 외동딸 설희 씨는 동료들과 함께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연구가 '뉴욕타임스’에 소개돼 주목받은 바 있다. 김미경 교수 유학길에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설희 씨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화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하고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이론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CSU)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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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동아DB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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