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삼백안 콤플렉스? 작품에 원없이 쓰고 있는데요”[인터뷰]
배우 서인국은 영리하다. 연기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돌진한다. 그 어떤 것도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소위 ‘삼백안’이라 일컫는 눈의 매무새마저도 캐릭터를 위해 사용한다.
“어릴 적 왼쪽 눈을 많이 다쳐서 제겐 애증의 부위예요. 인공뼈도 있고, 상처가 길게 나와있거든요. 하지만 어떤 장르를 촬영할 땐 이 눈의 활용도는 정말 좋죠. 제 무기까진 아니어도 쓰임새가 있을 땐 쓸 수 있는 정도랄까요. 어릴 땐 눈을 왜 그렇게 뜨느냐고 동네 형들이 뭐라고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작품에서 원없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삼백안을 사랑하게 됐다니까요. 하하.”
서인국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OTT플랫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서 주인공 ‘최이재’로 분한 소감과 데뷔 16년차로서 느끼는 소회, 앞으로 꿈꾸는 제작자로서 길 등 다양한 질문에 유려하게 답변했다.
■ “‘이재, 곧’ 원작 팬, 제가 주연 맡을 줄 몰랐어요”
그는 동명 웹툰 원작의 팬이라고 고백했다.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 저희 소속사 겸 제작사 대표에게 추천을 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이미 제작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사람 보는 눈 다 똑같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주인공 최이재 역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이 와서 엄청나게 기뻤죠. 대본을 보니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재밌기도 해서, 바로 하겠다고 승낙했어요.”
‘이재, 곧 죽습니다’는 서인국 뿐만 아니라 죽음 역의 박소담, ‘최이재’가 경험하는 열두번의 죽음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등이 특별출연해 화제가 됐다.
“라인업만 들었을 때 ‘와, 어떻게 이 바쁜 배우들을 한 곳에 모았지? 한 획을 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리딩할 때에도 다같이 하지 못하고 나눠서 했죠. 저와 감독이 리딩하는 걸 녹음하고 촬영해서 열두명의배우들에게 보여주고 디테일을 잡는 방식으로 촬영했고요. 엄청난 계획 아래 작업했는데, 결과물로 보니 서로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가 나온 것 같았어요.”
‘죽음’으로 호흡한 박소담에 대한 믿음도 잊지 않았다.
“처음 출연한다고 했을 땐 ‘죽음’이란 역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박소담이 가진 분위기엔 강아지 같은 면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공허한 느낌도 있거든요. 죽음의 공허함이 잘 표현될 것 같았고, 현장에서도 찰떡이라고 느껴져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배우와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 “데뷔 16년차, 스스로 ‘장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 대중에게 이름 석 자 각인시킨 그는 앞에 깔린 탄탄대로를 따라 걸어왔다. 매 작품 주연을 맡았지만 늘 성적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라, 어느덧 주연의 무게는 당연한 것이 아닌 부담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항상 힘들어요. 책임감이 크니까요.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무섭기도 하고, 어쩔 땐 마냥 쉬고 싶은 생각도 들죠. 그러다 최근에 마음을 좀 달리 갖게 됐는데요. 번아웃처럼 느껴지는 시기라면, 나를 옭아매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동생 카페에 가서 도와준다던가, 한번도 안 해본 요리를 한다던가, 그런 사소한 성취감을 느껴보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 작은 성취감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기는 거고, 또 좋은 습관도 만들어지겠죠? 인생의 힘든 시기가 있을 때마다 다시 해볼 수 있는 용기도 가질 수 있고요.”
만약 ‘신인 서인국’을 마주친다면 해주고 싶은 말도 이런 류였다.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하지는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자신의 의견과 취향을 명확하게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요. 동료들과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똑똑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럼에도 제 지난날을 돌아봤을 땐 스스로에게 ‘장하다’라고 칭찬도 해주고 싶어요.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모르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을 거고요.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판단을 잘 해왔구나’ 싶거든요. 미래엔 이런 것들이 좀 더 잘 익었으면 해요. 프로페셔널하게 더 많은 걸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의 또 다른 꿈도 살짝 귀띔했다.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요. 실제 시나리오를 쓴 것도 있고요. 관심 있어하는 감독과 작가들도 있어서, 나중에 함께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꼭 한번은 서인국 프로덕션 같은 것도 설립해보고 싶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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