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영위기대학, 자구책 내면 '학자금 대출 봉쇄' 미룬다
자발적 구조개선 계획 내고 1년 뒤 다시 진단
계획 이행돼도 재정난 여전하면 '계획 재수립'
"최소 3~5년은 필요한데…" 회의적인 시선도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 당국이 올해 재무진단을 거쳐 국고 지원을 끊는 '경영위기대학' 첫 선정을 앞두고 자발적 구조개선 계획을 내면 학자금 지원 중단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학 재정난은 주로 극심한 신입생 미달이나 회계부정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될 지는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지난해 12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사립대학 재정진단 편람 시안'을 공개하고 최근 대학 의견 수렴을 마무리했다.
경영위기대학 진단은 기존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를 대체하는 제도로 사립대의 전년도 결산을 바탕으로 기업식 재무진단을 거쳐 하위권 대학을 가린다.
이번 시안은 지난해 시범 진단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재단이 올해 진단을 실시해 2025년 제도 개편 후 첫 경영위기대학을 판정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대학 일반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체제 개편 방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경영위기대학으로 판정되면 2025년부터 국고 일반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을 끊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이번 시안에서는 '재정건전대학'과 '경영위기대학' 외에 '경영위기대학(한시적 유예)' 유형이 새로 생겼다.
재정 여건이 극히 부실해도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수립해 재단 내 '사립대학재정진단위원회' 승인을 얻으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은 지원한다. 다만 교육부의 국고 일반재정지원은 그대로 끊어진다.
이듬해 진단에서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재정난 역시 극복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돼 신입생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끊어진다.
제출한 계획을 모두 이행했음에도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 수립 기회를 다시 제공한다. 대학의 노력에 따라 국고로 마련되는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유예 조치를 마련한 배경에는 신·편입생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제한 조치가 신입생 충원에 문제가 없는 일부 소규모, 특성화 대학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대학들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관계자는 "소규모 종교대학과 100% 종교인 양성대학, 예술대학 등은 과거 정부 평가에 불참했어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지원했다"며 "구조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조치들이 많아서 대학에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구책을 내면 학자금 지원을 연장해 준다는 것은 결국 부실대학에게 국고로 마련되는 등록금 부담 경감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재정지원제한대학 제도 도입 당시부터 학자금 대출 제한을 연계한 이유는 부실대학이 국고 지원을 받아가며 연명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경영위기 유예 대학은 보전할 수 없는 운영손실(적자)을 입었거나 보전이 가능해도 교직원 급여가 밀린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혹은 흑자를 냈어도 신입생 미달로 향후 메꿀 수 없는 손실이 예정된 곳이다.
한 예로 학교법인에 대한 법원의 파산 선고로 지난해 8월 말 문을 닫은 경남 진주시 옛 한국국제대학교는 교직원들의 임금 체불액만 최소 100억원에 달했다.
이미 2021년 전체 대학이 채우지 못한 모집인원이 4만586명을 기록해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고 수험생들도 서울 수도권 대학으로 쏠리면서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위기대학이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여야 입장차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가 정상화에 나설 수 있도록 법률에 용도가 엄격히 정해져 있는 적립금을 꺼내 쓰고 재산까지 처분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될 대학이 과연 실효성 있는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이듬해 재평가를 앞두고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폐교된 옛 성화대학 교수였던 이덕재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이사장은 "경영위기대학으로 진단될 정도면 이미 '기울어진 배'인데 무슨 재주로 1년 안에 회생할 수 있는 구체안을 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대학이 경영난에 빠지는 원인은 첫째는 법인의 회계부정에 있고 그 다음이 학생 수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 보는 게 맞는다"며 "대학이 회생할 기한을 주려면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는 주고 계획서를 받아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 체크해 가면서 정상화를 모색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달 말까지 대학이 제출한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심사할 기준을 마련하는 등 마무리 절차를 마치고 경영위기대학 진단 방식을 확정할 방침이다.
편람이 확정되면 대학이 구조개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자가진단 도구를 제공한다. 이후 구조개선 계획은 4월 말, 지난해 결산은 5월까지 각각 제출 받고 실태조사를 벌인다. 확정 결과는 이르면 8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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