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이순신의 무게[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이순신 그 자체"의 모습으로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윤석이 부담감과 마음가짐, 촬영 과정과 흥행부담까지 작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김윤석은 이순신 역을 맡아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 3부작의 마무리에서 이순신을 연기하게 됐다.
개봉 후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김윤석은 개봉 소감에 대해 "촬영한 지 2년이 넘었는데 드디어 개봉하는 날이 오긴 온다. 3부작의 마지막이고 노량 해전이 겨울에 일어났던 전쟁이라 겨울에 개봉하고 싶었다. 돌아가신 날 하고 며칠 차이로 개봉하게 됐다"라며 "감개무량한 마음도 있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라고 답했다.
1761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명량',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726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선전했던 '한산: 용의 출현'으로 이어진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김윤석에게 느껴진 감정은 호기심, 그리고 부담감이었다.
김윤석은 "'명량'과 '한산'이 나왔을 때 이 사람이 '노량'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해전인 '노량'이 저한테 왔을 때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호기심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3부작 중 해야한다면 '노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밝힌바. 이에 대해서는 "시나리오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7년 전쟁 동안 쌓인 연과 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게 없다면 명량과 한산에서 장군님의 모습이 나왔으니 할 필요가 없다. 명과 3국의 입장, 종속관계 명과 조선, 명과 왜의 관계들이 뒤엉켜 있는 게 드라마의 밀도가 좋았다"라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김윤석은 동료 배우들의 "이순신 장군 그 자체"라는 칭찬에 대해 "아군이라서 고맙게 그렇게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라며 "'노량'에서 이순신은 워낙 말수가 적고 감정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이 빡세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이전처럼 담소를 나누고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비장한 장면의 연속이었다"라고 답했다.
김윤석은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명량'의 최민식과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이 "다 내려놓고 기도하라는 조언을 해줬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다른 조언을 들은 것이 있냐고 묻자 김윤석은 "사실 최민식과 박해일이 그런 얘기를 안 했다. 근데 그 자리에서 서로 무안하니까 내 심정을 얘기했다,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자리를 빌려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라고 진실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앞서 두 분이 너무나 훌륭하게 작품을 하셨지만, 더 부담스러운 건 이순신 장군님 그 자체"라며 "두 배우분과 나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사이라서 이심전심으로 수고가 많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순신 장군은 노량 해전에서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최후를 맞는다. 해당 장면을 연기하게 된 소회를 묻자 김윤석은 "옛날에 '1987'에서 박처장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라는 대사를 하게 됐을 때랑 똑같은 심정이다. 내가 하게 되다니. 장군님의 마지막 유언을 내가 하게 되다니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김윤석은 최대한 이순신 장군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했다며 "장군님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치열한 전투 정점의 순간에 그렇게 되셨으니까 최대한 방해되지 않게 끝내야겠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과 삶에 대해 얘기 할 시간이 없다. 나는 장군이고 전쟁터다.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나 때문에 몰려와서 공격당하면 안 되니까 짧게 의사를 전달하고 싸움이 급하니까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을 묻자 지인에게 받은 문자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누가 나에게 문자로 '너무 슬프지만, 마음 한편에 이제 좀 쉬시겠구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라며 "위대한 장군의 위대한 죽음이라기보다는 그냥 오래전에 본인의 직업으로 살아왔던 한 인간의 죽음이 가장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께도 '관객들에게 진실된 표현을 합시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량'의 명장면은 영화 말미 이순신 장군이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북을 치는 장면. 그는 북 연습 많이 했다며 "북을 못 치는 사람이 치면 몸이 들썩들썩해서 웃기다. 야구 방망이도 4번 타자가 휘두르는 거 하고 일반인이 휘두르는 배트 스윙은 다르다"라며 "시사회 때 봤을 때도 굉장히 울림이 오래갔다"라고 말했다.
명장면을 완성하는 것은 이순신 그 자체가 된 김윤석의 눈빛, 이에 그는 "내 입으로 멋있다고 하면 너무 웃기는 얘기고 사실 그런 눈빛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윤석은 '노량'을 통해 김한민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배우이자 감독 김윤석이 본 김한민 감독에 대해 묻자 그는 "정말 배짱 좋다"라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지긋이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역시나 저사람도 굉장히 대단한 감독 중에 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라며 "화살을 쏘는 모양 하나하나까지 그렇게 급한 와중에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감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 높이 평가한다"라고 극찬했다.
'남한산성, '1987'부터 '모가디슈',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 묵직한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는 김윤석. 의도한 바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부인하며 "늘 했던 얘기지만 그 당시 들어온 시나리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을 고른다"라면서도 "그사이에 불변의 명작 '미성년'이라는 작품도 있다"라고 본인의 감독 데뷔 영화를 깨알 어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으로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님이라는 분이 구국의 횃불이고 민족의 영웅인 정도만 알고 자세하게는 몰랐다. '노량'도 도망가는 애들을 안 보낸 전투인지는 몰랐다"라면서 "7년 전쟁을 다시 한번 보게 됐는데 초인에 가까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초인의 능력을 타고 났다기보다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낸 사람이구나. 어쩜 저렇게 외로운 상황에서 저렇게 하셨을까 생각했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끝으로 흥행 부담에 대해서는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답한 김윤석은 "'명량'처럼 그렇게 한국 영화 최고 신기록 깨고 이렇게까지 바라진 않지만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흥행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잘 만든 영화를 관객은 외면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맞아 떨어지면 그만큼 큰 쾌감이 없다. 좋은 영화가 외면당하면 그거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다"라면서 "특히 힘을 얻어야 할 시기에 '서울의 봄'이 흥행이 돼서 너무 좋다. 그 배턴을 이어받아서 연말, 내년 새해의 장을 열어주면 또 좋은 영화가 배턴을 받아서 한국 콘텐츠의 힘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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