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폭탄 투척…‘얼굴 없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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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8월 평안남도 경찰국 청사와 평양시청 등에 폭탄이 투척된다.
대대적인 범인 색출에 나선 일본 경찰은 이듬해 3월 범인을 체포했는데, 임신 5개월의 여성 안경신(1888~?)이었다.
최근까지도 '얼굴 없는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안경신의 생애를 다룬 연극 '언덕의 바리'가 무대에 오른다.
대원 13명을 선발해 3개 조로 나누어 국내에 파견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이 안경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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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1920년 8월 평안남도 경찰국 청사와 평양시청 등에 폭탄이 투척된다. 대대적인 범인 색출에 나선 일본 경찰은 이듬해 3월 범인을 체포했는데, 임신 5개월의 여성 안경신(1888~?)이었다. 최근까지도 ‘얼굴 없는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안경신의 생애를 다룬 연극 ‘언덕의 바리’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 신작이다.
거사는 100여명의 미국 의원 시찰단이 방한한다는 정보를 포착한 상해 임시정부가 추진했다. 대원 13명을 선발해 3개 조로 나누어 국내에 파견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이 안경신이었다. 체포된 안경신은 사형을 선고받고 6년 수감 뒤 1927년 가석방된다. 이후의 행적은 묘연하다. 항일 무력 투쟁에 매진한 공로로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연극의 출발점은 ‘사진 한장 남지 않은 독립운동가’란 설정이었다. 안경신은 1921년 6월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이때 동아일보에 초상화가 실렸다. 그를 증명하는 유일한 ‘얼굴’이었다. 대본 초고가 완성되고 공연을 위해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 2021년 9월에 그의 사진이 뒤늦게 공개됐다. 1927년 12월17일치 조선일보 5면에 실린 인물사진은 가석방된 뒤 찍은 39살 여성의 모습이다.
연극은 안경신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데, 큰 줄기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따라 흘러간다. 꿈속의 언덕에서 배를 태워주는 소년을 만난 경신은 감옥에서 고문에 죽어간 여자들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3·1운동이 실패로 끝난 다음 해, 애국부인회 교통부원 경신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온 덕진에게 모금한 돈을 건네며 자신 역시 의혈투쟁에 가담하겠다고 말한다. 상해로 건너간 경신은 임시정부 군사기관인 총영 대원으로 활동한다. 임신한 몸으로 훈련을 받고 폭탄을 운반한 그는 평양 거사 당일 출산 기미를 느끼고 명희의 집에 몸을 숨긴다. 명희는 폭탄보다 너의 아이를 지키라며 경신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경신은 거사를 위해 달려간다. 거사는 실패로 끝나고 동지들을 보낸 후 경신은 혼자서 다시 폭탄을 던지려다 체포된다.
김정 연출은 “누군가는 운동 자체가 삶의 전부가 되어 여전히 시대와 불화하여 살아가기도 한다”며 “그것이 성공하지 못한 삶으로 보일지라도 역사는 소수의 영웅이 아닌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분투와 실패를 통해 현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연옥 작, 김정 연출. 6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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