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금융]⑨'이자장사' 비아냥 벗어나려면

노명현 2024. 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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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인터뷰
"소외계층 지원도 금융기관 평가 항목 넣어야"
"차별해소는 시장경제 아닌 복지 차원서 접근"

최근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상생금융'입니다. 높아진 금리에 서민들은 이자 내기도 힘겨운데 은행들은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거뒀죠. 이를 다시 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도 상생금융의 일부인데요. 이전보다 더 강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금융은 중요한 사회체계인 만큼 복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취약한지를 찾아 '포용금융'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적합니다.

소외계층 지원, 평가항목 중 하나로

지난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포용금융이 화두였습니다. 취약계층이 부담없이 금융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의미인데요.

이후 국내에서도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됐습니다. 서민들의 금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등이 대표적인데요. 김도년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도년 연구위원은 "국내 서민금융정책은 대상별 특성에 따라 구체화하고 이들의 금융지원 신청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소외계층을 찾아가 지원하는 복지사회에 걸맞은 금융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 등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금융지원 정책도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소외계층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부족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선 장애인과 고령층에 금융상품을 공급하려면 일반인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현 상황에선 금융사들에게 특정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상품 운영 등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는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금융상품 공급을 위해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정부나 사회로부터 얻는 이익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가령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금융상품을 은행 등이 공동으로 마련해 비용을 낮추고 이들이 형성한 자산은 소외계층을 돕는 기업에 지원토록 해 이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 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은행 등의 평가기준 하나로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금융상품 비율, 편의성 제공 수준 등을 마련해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장애인과 고령층 등을 위한 지원을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 생각입니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

소외계층 상생금융, 대출 아닌 복지 지원 필요

최근 금융권이 주력하고 있는 상생금융 가운데 소외계층을 위해선 은행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김도년 연구위원은 "은행 수익 일부를 취약계층을 많이 고용하는 사업자에 대출하는 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또 취약계층이 취업해 사회에 정착하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근속기간에 따라 급여가 늘면 금리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금융소외계층은 일반인에 비해 소득이 적은 경우가 많아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에 불리하죠. 이와 관련해선 대출 확대 방안보다는 금융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요.

김 연구위원은 "금융소외계층이라고 해서 상환능력 고려 없이 대출하는 것은 이들을 더 소외시킬 수 있다"며 "대출을 권장하기보다 서민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 기회를 확대해 가능한 부채를 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그는 "금융상품 이용이 필요한 경우라면 금융취약계층 경제활동에 맞춘 장기대출상품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죠.

궁극적으로 금융업 보편적 가치로 금융소외계층 정책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과거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업에서 비주류 정책이었지만 현재는 금융사들이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김 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의 이익 중심 경영활동에선 금융소외계층이 설 자리가 없다"며 "포용금융을 금융업 보편적 가치로 높이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금융소외계층에 필요한 것은 대출 뿐 아니라 지원금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지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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