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갈 운명이 아닌가…” 공룡들 36세 타격왕의 솔직고백,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에 갈 운명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
NC 다이노스 타격 전문가 손아섭(36)은 2023시즌, 마침내 한을 풀었다. 타격 2~3위만 수 차례 차지하며 다셨던 입맛을, 시즌 마지막 날 보상 받았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생애 첫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동시에 수상하며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도 가져갔다.
그런 손아섭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이 하나 있다. 한국시리즈다. 타격왕의 한을 풀었지만, 한국시리즈 출전과 우승의 한을 아직 풀지 못했다. FA 계약총액 기준으로 탑15위를 뽑아 보면, 손아섭은 162억원으로 6위다.
▲역대 FA 계약총액 톱15(비FA 다년계약 제외)/한국시리즈 우승경력
1위 양의지(두산)-277억원(2019년 125억원+2023년 152억원)-2015~2016년 두산-2020년 NC
2위 김현수(LG)-230억원(2018년 115억원+2022년 115억원)-2015년 두산
3위 최정(SSG)-192억원(2015년 86억원+2019년 106억원)-2018년 SK-2022년 SSG
4위 강민호(삼성)-191억원(2014년 75억원+2018년 80억원+2022년 36억원)
5위 이대호(은퇴)-176억원(2017년 150억원+2021년 26억원)
6위 손아섭(NC)-162억원(2017년 98억원+2022년 64억원)
7위 나성범(KIA)-150억원(2022년 150억원)-2020년 NC
8위 황재균(KT)-148억원(2018년 88억원+2022년 60억원)-2021년 KT
9위 최형우(KIA)-147억원(2017년 100억원+2021년 47억원)-2011~2014년 삼성, 2017년 KIA
10위 박민우(NC)-140억원(2023년 140억원)-2020년 NC
11위 박석민(은퇴)-130억원(2016년 96억원+2020년 34억원)-2011~2014년 삼성, 2020년 NC
12위 안치홍(한화)-128억원(2020년 56억원+2024년 72억원)-2009년 KIA
13위 양현종(KIA)-125억5000만원(2017년 22억5000만원+2022년 103억원)-2009년, 2017년 KIA
14위 오지환(LG)-124억원(2024년 124억원)-2023년 LG
15위 정우람(한화)-123억원(2016년 84억원+2020년 39억원)-2007~2008년, 2010년 SK
놀랍게도 탑15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는 선수는 강민호, 이대호, 손아섭 등 딱 3명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만 없는 게 아니라 한국시리즈를 1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아섭은 2023시즌을 치르면서 수 차례 타격왕이든, 한국시리즈 우승이든 ‘운의 영역’이라고 했다. 운이 따라줘야 정복 가능한 산이라고 했다. 타격왕을 마침내 차지하면서 노력과 운의 결합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손아섭이 잔여 FA 계약 2년간, 그리고 먼 훗날 가장 큰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봐야 한다.
손아섭은 지난 3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이 얘기를 꺼냈다. 그는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5차전에 졌을 때 좀 허무한 느낌이었다. 2승을 먼저 하고 졌기 때문에, 속으로 ‘한국시리즈 갈 운명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 2승 하고 그냥 난 형들 놀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김칫국 마셔서 벌 받았다”라고 했다.
NC는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시작으로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 1경기만 더 이기면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상황.
그러나 NC는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패하며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의 한국시리즈 드림은 끝내 또 이뤄지지 않았다. 손아섭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의 영역이 크다. 역전을 당해서 원만스러웠다. 사실 시상식에서 (오)지환(LG)이를 많이 만났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 NC가 안 올라오면 좋겠다고”라고 했다.
실제 LG에 그런 분위기는 있었다고 한다. 정규시즌서도 NC에 LG를 상대로 잘 싸웠다. NC는 LG의 왼손 라인업에 대항할 좋은 왼손 투수들이 있고, 출전 및 컨디션이 오리무중이지만, 특급에이스 에릭 페디(31,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있었다. NC가 무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면, 해볼 만 했다는 게 손아섭의 회상이다.
손아섭은 “2승한 뒤 3승으로 올라가면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4일 휴식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확실히 선수들의 힘이 떨어진 게 보이더라. 나도 힘들었다. 3차전을 바로 이기고 올라가면 좀 더 재밌는 한국시리즈를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했다.
올해 NC는 어떨까. 페디가 떠나고 새 외국인투수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를 영입했다. 이들이 페디의 몫을 분담해주는 게 최상이다. 여기에 토종 3~5선발의 불안정성은 있다. 선발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 신구조화가 된 타선과 불펜을 조화해 또 사고를 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손아섭의 말대로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는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손아섭은 잔여 FA 계약기간에 마지막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쉬운 2023년은 이미 떠난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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