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 갈 운명이 아닌가…” 공룡들 36세 타격왕의 솔직고백,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

김진성 기자 2024. 1. 4. 07: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NC-LG의 경기. 손아섭/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에 갈 운명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

NC 다이노스 타격 전문가 손아섭(36)은 2023시즌, 마침내 한을 풀었다. 타격 2~3위만 수 차례 차지하며 다셨던 입맛을, 시즌 마지막 날 보상 받았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생애 첫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동시에 수상하며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도 가져갔다.

2023년 9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NC-두산의 경기. 손아섭/마이데일리

그런 손아섭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산이 하나 있다. 한국시리즈다. 타격왕의 한을 풀었지만, 한국시리즈 출전과 우승의 한을 아직 풀지 못했다. FA 계약총액 기준으로 탑15위를 뽑아 보면, 손아섭은 162억원으로 6위다.

▲역대 FA 계약총액 톱15(비FA 다년계약 제외)/한국시리즈 우승경력

1위 양의지(두산)-277억원(2019년 125억원+2023년 152억원)-2015~2016년 두산-2020년 NC

2위 김현수(LG)-230억원(2018년 115억원+2022년 115억원)-2015년 두산

3위 최정(SSG)-192억원(2015년 86억원+2019년 106억원)-2018년 SK-2022년 SSG

4위 강민호(삼성)-191억원(2014년 75억원+2018년 80억원+2022년 36억원)

5위 이대호(은퇴)-176억원(2017년 150억원+2021년 26억원)

6위 손아섭(NC)-162억원(2017년 98억원+2022년 64억원)

7위 나성범(KIA)-150억원(2022년 150억원)-2020년 NC

8위 황재균(KT)-148억원(2018년 88억원+2022년 60억원)-2021년 KT

9위 최형우(KIA)-147억원(2017년 100억원+2021년 47억원)-2011~2014년 삼성, 2017년 KIA

10위 박민우(NC)-140억원(2023년 140억원)-2020년 NC

11위 박석민(은퇴)-130억원(2016년 96억원+2020년 34억원)-2011~2014년 삼성, 2020년 NC

12위 안치홍(한화)-128억원(2020년 56억원+2024년 72억원)-2009년 KIA

13위 양현종(KIA)-125억5000만원(2017년 22억5000만원+2022년 103억원)-2009년, 2017년 KIA

14위 오지환(LG)-124억원(2024년 124억원)-2023년 LG

15위 정우람(한화)-123억원(2016년 84억원+2020년 39억원)-2007~2008년, 2010년 SK

놀랍게도 탑15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는 선수는 강민호, 이대호, 손아섭 등 딱 3명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만 없는 게 아니라 한국시리즈를 1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아섭은 2023시즌을 치르면서 수 차례 타격왕이든, 한국시리즈 우승이든 ‘운의 영역’이라고 했다. 운이 따라줘야 정복 가능한 산이라고 했다. 타격왕을 마침내 차지하면서 노력과 운의 결합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손아섭이 잔여 FA 계약 2년간, 그리고 먼 훗날 가장 큰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봐야 한다.

손아섭은 지난 3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이 얘기를 꺼냈다. 그는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5차전에 졌을 때 좀 허무한 느낌이었다. 2승을 먼저 하고 졌기 때문에, 속으로 ‘한국시리즈 갈 운명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 2승 하고 그냥 난 형들 놀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김칫국 마셔서 벌 받았다”라고 했다.

NC는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시작으로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 1경기만 더 이기면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상황.

그러나 NC는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패하며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의 한국시리즈 드림은 끝내 또 이뤄지지 않았다. 손아섭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의 영역이 크다. 역전을 당해서 원만스러웠다. 사실 시상식에서 (오)지환(LG)이를 많이 만났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 NC가 안 올라오면 좋겠다고”라고 했다.

실제 LG에 그런 분위기는 있었다고 한다. 정규시즌서도 NC에 LG를 상대로 잘 싸웠다. NC는 LG의 왼손 라인업에 대항할 좋은 왼손 투수들이 있고, 출전 및 컨디션이 오리무중이지만, 특급에이스 에릭 페디(31,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있었다. NC가 무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면, 해볼 만 했다는 게 손아섭의 회상이다.

손아섭은 “2승한 뒤 3승으로 올라가면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4일 휴식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확실히 선수들의 힘이 떨어진 게 보이더라. 나도 힘들었다. 3차전을 바로 이기고 올라가면 좀 더 재밌는 한국시리즈를 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했다.

올해 NC는 어떨까. 페디가 떠나고 새 외국인투수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를 영입했다. 이들이 페디의 몫을 분담해주는 게 최상이다. 여기에 토종 3~5선발의 불안정성은 있다. 선발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 신구조화가 된 타선과 불펜을 조화해 또 사고를 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2023년 9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NC-LG의 경기. 손아섭/마이데일리

그렇다고 해도 손아섭의 말대로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는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손아섭은 잔여 FA 계약기간에 마지막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쉬운 2023년은 이미 떠난 버스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