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마스터플랜에 탐방객과 지역민 의견 충실히 반영"

서현우 2024. 1. 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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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 반 년동안 단 11명이 200건의 민원, 3,000건의 인수인계 작업과 현장조사까지 수행했다.

팔공산은 2023년 12월 31일부터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한다.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건 지난 2023년 5월이지만, 그동안은 과도기였다. 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은 이 기간 동안 기존에 팔공산을 관리한 도립공원사무소, 인근 지자체 등에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 준비단의 업무를 살펴보면 향후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정우 준비단장을 만나

1문 1답을 나눠봤다. 이 단장은 본사 감사부장 출신으로 그 이전엔 3년 동안 타당성추진단 업무를 맡았다.

공원구역 안팎 모두 고려한 '마스터플랜'

단장직을 맡고 대구로 내려온 후 만난 팔공산 첫인상은?

무엇보다도 대구·경북 주민들의 사랑이 느껴졌다. 팔공산은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까지 다양한 역사유물과 동화사, 은해사 같은 불교 문화유산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다가 화강암, 변성암이 빚은 기암괴석까지 어우러진 명산이다. 그 생명력과 기상을 느낄 수 있어 왜 주민들이 이토록 팔공을 사랑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준비단은 반 년 넘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한 건가?

일단 기본적인 업무는 인수인계다. 대구와 칠곡, 경산, 영천 등으로부터 공원관리를 위해 운영한 재산들과 물품, 시설물 등을 받았다. 말 한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적법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인수인계목록이 3,000건 이상이다. 지금은(인터뷰 당시 12월 초) 행정업무 대부분을 거의 완료했다.

또 역점을 둔 업무는 무엇인가?

팔공산은 기존에 대구시와 군위군, 경상북도 칠곡, 경산, 영천군이 조각조각 나눠서 관리했다. 그래서 경북은 도립공원으로, 대구는 도시공원으로 운영됐다. 산은 하나인데 관리체계가 두 개인 나머지 운영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팔공산국립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팔공산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을 위해 마련하는 밑그림이다. 이외에 11명의 준비단 직원들이 수시로 팔공산 구석구석을 올라 현황 조사를 하며 지자체로부터 받은 자료와 현장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가령 실제 지도상의 탐방로대로 길과 시설물이 있는지, 화장실은 어디에 위치하는지 등이다. 사무소와 분소 위치 결정, 관리 인력 채용 등도 도맡았다. 순조로운 공원 관리를 위해 준비단 전원 모두 팔공산에 계속 남아 일한다.

준비단원이 현장에서 탐방로 위치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마스터플랜은 무엇인가?

팔공산 인근 9개 지역으로부터 9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서 거기서 나온 목소리를 토대로 마련한 팔공산국립공원 운영계획이다. 2024년 5월에 최종 확정된다.

이것이 이전 국립공원 막내였던 태백산, 무등산과 팔공산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이번엔 국립공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같이 큰 그림을 그렸다. 즉 팔공산 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원 주변 지역과의 공존까지도 고민한 것이다. 한마디로 줄탁동시다.

'공원 밖까지 고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예를 들면 공원구역 밖에서 오는 탐방객들을 위해 어떻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필요한 인프라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도 파악해 공원운영계획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주차장은 어느 위치에, 어느 규모로 운영할지도 전부 헤아리고 있으며, 증가할 탐방객 수를 고려한 도로확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의 내용도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진산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공원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공원구역 밖은 관할 지자체의 업무 소관 아닌가?

맞다. 하지만 공원구역 외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국민들의 탐방만족도가 더 높아지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팔공산을 관리해 온 대구와 경북이 이제 국립공원이 됐다고 해서 완전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계속 함께 가야 한다. 지자체 단체장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 사무실 전경.

팔공산 탐방객 30% 늘어날 듯

팔공산국립공원사무소와 분소는 각각 어디에 설치되나?

팔공산은 크게 대구광역시 동구와 군위군, 그리고 경북 경산, 영천, 칠곡 2개 지역으로 나뉘어 관리될 예정이다. 따라서 대구지역을 관리할 동부사무소는 동화집단시설지구 내에, 군위분소는 군위군 부계면에 설치된다.

경북지역을 관리하는 서부사무소는 칠곡군 동명면에, 경산 영천분소는 경산시 와촌면에 들어선다. 물론 이들 위치는 임시며 향후 부지가 정해지면 정식 사무소 건물을 건립해 사용한다.

팔공산 관리를 위해 국비 150억 원을 확보했다고 들었다. 어디에 어떻게 쓸 건가?

정확한 2024년 팔공산국립공원 신규지정 관련 예산은 125억 원이다. 총 5개 분야 사업에 투입된다. 첫 번째 자원보전분야 사업에 10억 원으로 자연자원조사, 공원보전 관리계획, 공원경계측량 및 표주 매설, 문화자원보전관리, 생태계교란종 및 외래생물 관리, 수질측정 등을 한다. 두 번째 국립공원 탐방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4억 원, 세 번째 진입도로 정비 및 야영장과 주차장 조성, 무장애 탐방로 신설, 공중화장실 신축에 68억 원을 쓴다.

네 번째는 재난안전분야로 재난예경보시설, 방재장비, 산불진화장비 구축에 37억 원, 마지막으로 자원봉사 및 시민대학 운영 등 지역협력에 6억 원을 집행한다. 아직 큰 신규 사업은 없어 예산이 많은 편은 아니다. 다음 사업을 위한 마중물 예산으로 보면 된다. 더 안전하고, 더 아름다운 팔공산을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이다.

탐방압력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팔공산 연 탐방객은 대략 3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차장 이용 차량 수 등을 근거로 어림한 값이라 정확하지 않다. 가장 많을 땐 500만 명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제 국립공원이 되면 탐방객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니 이에 맞춰 탐방압력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무등산이나 태백산의 경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탐방객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팔공산도 그 정도 늘어날 것 같아 이를 고려해서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팔공산국립공원준비단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지도를 보며 실제 형성된 탐방로와 일치하는지 비교하고 있다.

팔공산,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찰 같아

팔공산은 샛길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비법정탐방로는 어떻게 관리할 전망인가? 탐방로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원칙적으로는 공원 내 비법정탐방로와 샛길은 복원사업을 통해 자연 상태로 복구할 예정이다. 기존 탐방로도 훼손이 심하면 보행편의를 위해 데크나 매트를 설치하는 정비 사업을 시행한다. 아직 자연휴식년을 실시할 예정인 탐방로는 없으나 추가 조사 중 희귀 동·식물 서식지역으로 보호 필요성이 있는 곳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탐방객들이나 지역 주민들의 생각과 완전히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진 않을 것이니 그 점은 안심해도 좋다. 실제로 이전 도립공원 계획에서 승계되는 탐방로는 총 40개인데 준비단 과정에서 추가 신설이 확정된 탐방로는 5개가 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으로 주민들과 지자체가 탐방로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마스터플랜이 나오면 탐방로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편 개인적으로 팔공산은 등산로의 형태가 아주 흥미롭다. 일반적인 산길은 산의 정상을 향하도록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는데 여긴 산 곳곳에 있는 암자나 절로 가는 길이 곧 탐방로다. 그러니까 탐방로가 만들어진 동기 자체가 다른 산들과 아예 다르다. 팔공산은 하나의 거대한 사찰과 같다.

탐방로 정비는 어떤 기준을 갖고 하나?

딱 하나다. 탐방객 안전이다. 특히 교행 가능 여부가 핵심이다. 교행이 안 되면 부딪혀 옆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암벽등반은 어떻게 운영되나?

현재로선 사전허가제가 원칙이다. 향후 이용 형태나 집중도에 따라 북한산 인수봉처럼 상시 운영할 수도 있다.

팔공산국립공원종합안내도.

팔공산에서 가장 훼손이 심한 곳은 어디인가?

애석하게도 정상 비로봉이다. 탐방객들에 의한 훼손은 아니다. 비로봉은 공군기지 및 통신시설 보호차원에서 1960년대 초반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9년에 개방됐기 때문이다. 군사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임도와 시설물들이 많아 표피식물이 다 죽고 자갈밭이 된 상황이다. 흙도 가장 위인 표토층이 아예 다 날아갔다. 인공 쇄석에 시설도 많고, 통신철탑 때문에 경관도 훼손됐다. 지리산 세석 훼손지가 복원되는 데 20년 정도 걸렸는데 비로봉도 복원을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물론 비로봉을 정상의 위상에 맞게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기존 도로를 활용해 정상까지 차를 타고 가게 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일단은 두 목소리를 놓고 로드맵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먼저 보전해야 하는 동물이나 식물은 무엇인가?

특정 종과 지역을 보호하기에 앞서 먼저 전체 공원자원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기존 팔공산 생태에 관한 자료는 실제조사보다는 기존조사를 인용한 경우가 많아서 기존조사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희귀종 분포가 확인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이다.

당장 단속 위주 정책을 펴진 않을 것

팔공산에 사찰이 정말 많은데 이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 갈등이 있지는 않았나?

팔공산에는 교구본사가 두 개 있다. 동화사와 은해사다. 앞서 말한 지역주민협의체 9개 중 2개가 바로 이들이다. 그래서 사찰이 도립공원 시절에는 지원받지 못했던 요구사항을 충실히 듣고 있다.

그리고 전혀 싸우지 않았다. (웃음) 15~20년 전에는 사찰과 공단이 실제로 대립하곤 했지만, 지금은 철저한 협력 관계로 재정립됐다. 사찰은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산을 지켜온 존재들이다. 그 노고나 역할을 절대로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앞으로 계속 잘 협조해 팔공산을 지킬 것이다.

인터뷰에 임하는 이정우 단장.

팔공산을 사랑하는 지역 산꾼들이 정말 많다. 23개 국립공원 중 팔공산이 가장 높은 국립공원지킴이 채용공고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들이 국립공원공단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자원봉사 활동으로는 크게 자원보호와 환경정화가 있다. 자원보호는 외래식물 제거, 야생화 및 수목 식재, 밀렵엽구 제거 등 야생 동식물 보호활동이 주다. 환경정화는 공원시설물 청소, 환경정화, 매립쓰레기 굴취 등이 있다. 국립공원은 늘 넓은 면적 대비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시민들의 조그마한 도움이 무척 크다.

과거엔 쓰레기를 줍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여러 전문성이 필요한 일도 정말 잘해 주는 분들이 많다. 미국 국립공원도 이런 식으로 자원봉사활동이 공원관리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점점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지역 산꾼들의 개성도 강하다. 국립공원이 되면 으레 따라붙는 규제나 제한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 원래 하면 안 됐던 것들이다. 도립공원도 국립공원과 동일한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도립공원은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국립공원은 공원만 관리하는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한다. 그러니 보는 시각의 차이도 있고, 국민들이 공원 관리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도 다르다.

팔공산이, 그리고 국립공원이 미래 세대에 잘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 팔공산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불법행위는 적극 계도·단속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획단속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단속하고 못 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 측면에서 이러한 수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 산이 얼마나 재밌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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