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끝은 창대하리라…레벨업한 韓의 성장형 어벤져스[봤어영]
최동훈 감독의 뚝심 고스란히 녹아…후반 전투신 백미
새해 열 웰메이드 오락영화…유쾌한 캐릭터 앙상블
영화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21년 여름 개봉했던 ‘외계+인’ 1부의 속편이다. 1부에서 빈틈없는 앙상블을 보여줬던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의 더욱 끈끈해진 호흡과 함께, 탄탄한 연기력의 진선규가 맹인 검객 ‘능파’ 역으로 2부에 새롭게 합류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2부는 외계인 죄수들의 탈옥, 외계 대기인 하바의 대대적 폭발을 막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려 시대에 갇혀있던 이안(김태리 분)이 2022년 미래로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열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신검을 손에 쥔 이안은 썬더(김우빈 분)를 되찾고 우주선에 타려 한다. 자신의 몸 속에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과 존재에 혼란을 느끼던 무륵(류준열 분)은 이안이 걱정돼 고양이인 우왕(신정근 분)과 좌왕(이시훈 분)를 시켜 그의 뒤를 쫓고 두 신선 흑설(염정아 분)과 청운(조우진 분)은 무륵의 몸속에 요괴가 들은 것으로 판단해 또 그 뒤를 쫓는다. 여기에 신검을 차지하려는 외계인 죄수 자장(김의성 분)부터 신검을 되찾아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분)까지 쫓고 쫓김의 연속이다.
그 시각 현대에선 외계인 죄수들의 수장인 ‘설계자’가 폭발시킨 ‘하바’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목격한 민개인(이하늬 분)이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오락 영화의 발전과 번영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4),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 등 흥행작들을 잇달아 선보인 ‘K-엔터테이닝’ 무비의 일등공신이다. ‘외계+인’은 누구보다 캐릭터물과 엔터테이닝 요소에 강한 최동훈 감독이 처음으로 시도한 시대극 SF 판타지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작비 700억 원의 대작에, 387일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의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다.
그래서인지 ‘외계+인’ 2부는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던 속편의 딜레마를 딛고 완벽한 유종의 미를 보여준다. 1부에서 품었던 수수께끼와 떡밥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회수되며 꽉 닫힌 피날레를 선사한 것. ‘민개인’(이하늬 분) 등 1부에 왜 등장했는지 의문을 품게 했던 캐릭터들이 2부에선 한 명도 빠짐없이 제 역할과 몫을 해내며 살아 숨쉰다. 2부부터 새롭게 등장한 ‘능파’ 역의 진선규도 실없게 소모되는 법 없이 활약을 펼쳤다. 특히 2부에선 민개인의 활약이 정말 크다. 앞서 ‘극한직업’에서 남다른 케미를 보여줬던 이하늬가 진선규가 ‘외계+인’ 2부에서는 서로 뜻밖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각 등장인물의 개인 서사 역시 허투루 소비되지 않고 2시간 러닝타임동안 가파른 속도로 풀어진다.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나 소소한 반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이 눈물로 끊임없는 고뇌를 거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미 1부에 주요 떡밥과 소개를 풀어놨기에 2부에선 효율적으로 사건 해결과 액션신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각성한 외계인 죄수들과 주인공들이 2022년 서울 이안의 집 앞에서 펼치는 최후의 전투 시퀀스는 지난 387일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의 백미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려에서 현대로 넘어온 두 신선 흑설청운과 진정한 도사로 각성한 무륵, 비검을 들고 춤을 추듯 화려한 검술 액션을 펼치는 민개인, 가드의 기운이 남아있는 에너지로 썬더의 도움을 받아 힘을 얻는 이안까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앙상블과 개인의 내적, 외적 성장이 이 전투신에 모두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만의 정서와 매력을 녹인 최동훈 감독판 한국형 어벤져스의 미덕을 엿봤다.
물론 1부가 관객 모객에 실패했던 만큼, 2부에서 그 외연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부 초반에 친절하게 1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넣었지만, 넷플릭스 등으로 1부를 제대로 시청한 뒤 2부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2부가 1부의 기본적 세계관과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산만하다는 일각의 지적 및 호불호도 여전할 것이다. 그럼에도 1부를 흥미롭게 지켜본 관객들은 2부에 대부분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깔끔한 마무리에, 새해를 희망차게 열 오락영화로 충분하다.
1월 10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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