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감량' 박종훈 "야구장 올 때 얼굴 가릴 정도로 자책했죠"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잠수함 투수' 박종훈(32·SSG 랜더스)은 최근 2년 동안 자책만 했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박종훈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될까. 더 해야 해, 더 해야 해'라고 나를 다그쳤다"며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도 못 했다.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팬들께 창피하고 죄송해서 얼굴을 가리면서 야구장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2024년을 맞이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자책하며 자신을 혹독하게 다룬다.
자책의 결과는 14㎏ 감량이다.
박종훈은 "좋은 성적을 낼 때 체중이 80㎏대 초중반이었다. 근육을 키우면서 체중이 100㎏을 오갔는데, 비시즌 동안 훈련하면서 14㎏을 감량했다"며 "힘보다는 유연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훈의 부활을 위해 가족들도 '전문적'으로 나섰다.
그는 "장모님께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체중이 이 정도였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식단이 완전히 달라졌다. 저녁에는 생식만 한다. 식습관이 바뀌니, 체중이 금방 줄었다"고 전했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2021년 12월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에 5년 계약을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이고, 2021년 6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박종훈과 다년 계약을 할 정도로 SSG는 박종훈을 확실한 선발 투수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박종훈은 2017∼2020년, 4시즌 규정 이닝을 채우며 SSG의 선발 한 자리를 책임졌다. 4년 동안 47승 37패 평균자책점 4.25였다.
이 기간 박종훈보다 많은 승수를 쌓은 투수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60승), 단 한 명뿐이었다.
박종훈은 2021년에도 수술을 받기 전까지 4승 2패 평균자책점 2.82로 잘 던졌다.
하지만, 수술 후 박종훈은 2022년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 2023년 2승 6패 평균자책점 6.19로 부진했다.
SSG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선수명단에서 박종훈을 제외했다. 구단 내부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박종훈은 "처음 보호선수명단에서 빠졌다는 걸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곧 내가 보호명단을 짰어도 35명 안에 나를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타 구단은 박종훈을 지명하지 않았다.
박종훈은 "다른 팀에 갔으면 정말 우울했을 것이다. SSG에서 반등하고 싶다"고 밝혔다.
2024시즌 박종훈의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것'이다.
박종훈은 "지난 2년 동안 나는 자주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특정팀과 경기를 앞두고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는 나를 보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며 "내 등판 일정에 따라 모든 팀과 맞붙을 정도가 되면 신뢰를 되찾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닥을 찍었으니, 이젠 정말 반등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박종훈의 바람대로 2024시즌 반등에 성공하면, '댈러스'는 박종훈에게 행운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박종훈은 10일 미국으로 출국해,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추신수의 집에서 훈련한다.
그는 "예전에도 추신수 선배 집에서 개인 훈련한 적이 있다. 성공한 빅리거답게 추신수 선배는 집에 훈련할 수 있는 모든 걸 갖춰놨다. 캐치볼은 물론이고 웨이트트레이닝, 필라테스도 할 수 있다"며 "언제 또 추신수 선배 집에서 훈련할 수 있겠나. 고맙게도 추신수 선배가 초청해주셔서,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박종훈은 '야구인의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쉬지 않고 훈련했다.
하지만, 초라한 성적표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2024년 1월, 박종훈은 조심스럽게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고민하고, 훈련한 많은 시간을 믿어보겠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는 자부심 덕에, 지난 2년 동안 침울했던 박종훈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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