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중 관계 격동 겪나…미국과 대만 선거, 디리스킹 향방 주시

정윤영 기자 2024. 1.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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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글로벌뷰④] 미중 軍 소통채널 재개 합의…한때 갈등 봉합 분위기
올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11월 미 대선…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지난해 미중 관계는 연초부터 미국 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 이후 줄곧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연말 극적으로 성사된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전 모멘텀을 맞이했다. 미중이 1년 반 만에 중단된 군 당국간 고위급 군사 소통 채널을 재개하기로 하면서다.

그러나 미중이 패권을 놓고 군사·전략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미중 관계는 새로운 격동의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열흘 뒤 실시되는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데다 11월 미국 대선 역시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 미중, 지난해 말 '군 채널 복원' 방침으로 마무리…긴장감은 여전

지난해 11월 국제사회의 시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미중 간 정상회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해 환멸을 느낀 탓인지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대신 그는 리창 총리를 파견했는데, 일각에선 연내 미중 정상간 회담이 자칫하면 불발돼 '불통'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다 극적으로 만난 미중 정상은 샌프란시스코 선언(골든게이트 선언)을 내고 '우발적 충돌의 회피'를 위해 실무자급을 포함한 군 간 소통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라고 표현해 분위기는 급 냉랭해졌고,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 역시 공개 행사에서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닌, 가장 큰 위협"이라는 발언을 내뱉어 중국의 빈축을 샀다. 또 정상회담 직후 미중은 신장 인권탄압 문제를 둘러싸고 제재를 주고받기도 했다.

로버트 로스 보스턴 칼리지 교수는 "2022년 11월 미중 G20 발리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2023년 11월 미중 APEC 정상회담이 양국간 긴장 완화와 협력 확대를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일부 존재하지만, 발리 정상회담이 미중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했던 것 처럼 APEC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중 1년 만에 회담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올해 대만·美 대선…대만 친미 정권·트럼프 백악관 복귀? 대만에서 당장 열흘 뒤 실시되는 총통 선거는 미중 관계에 큰 불확실성을 안긴다.

1월13일 실시되는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 정권이 친미·독립 노선에서 친중 정권으로 교체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데, 현지 여론조사에서 3파전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중국은 양안(대만-중국)에서 긴장감 조성에 적극 열을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은 대만이 불가분의 일부라며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7년을 목표로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 역시 시 주석의 이 같은 주문 탓이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독립'과 '대만 해협의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면서 "민진당은 대만을 전쟁 위험에 빠뜨리고 양안 관계를 저해하는 혼란의 주범"이라고 했다.

과거 대만 국민당 소속으로 워싱턴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에릭황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올해 미중간 지정학적 지형은 두 번의 중요한 선거와 계속되는 갈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대립적인 정부(대만 민진당)는 중국으로부터 보다 적대적인 대응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은 반면, 실용적인 정부(국민당)는 대화의 길을 열 것"이라고 했다.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얼굴이 새겨진 버스에서 27일(현지시간) 사람들이 하차하고 있다. 2023.12.2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내년 미국 선거도 미중 관계를 위태롭게 할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대선 재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정권을 차지하든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피벗 투 아시아' 전략을 통해 외교·군사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고립주의를 펼치며 대중 견제를 강화했다.

이후 드러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 시작된 고율 관세를 유지한데 이어 반도체 수출 규제도 강화했다. 미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 차단을 위해 올해도 추가 규제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은 "올해 미중 관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미국 대선이다. 대선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압축된다면 미중 관계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면서 "바이든은 경쟁을 관리하고 대결을 피하는데 열중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잠재적으로 양국 관계에 더 많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바이든에게 어느정도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중국에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유의미한 대화 없이 예측 불가능한 긴장 고조 국면을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켄 재럿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의 수석고문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유세 기간 중국을 견제하는 모든 언행은 미중 관계의 안정성을 시험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에 확정된다면 중국에는 불안감이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25일 (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사실상 내려진 중국 베이징에서 주민이 식료품을 사서 슈퍼마켓을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中 경제 '경착륙' 경고…美 '디커플링' 가속

포스트 코로나 이후 중국의 시장 경착륙 위험 속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 강화와 디리스킹(위험제거) 가속은 양국간 긴장 국면을 한층 끌어올릴 요소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첨단 반도체를 중국이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수출 통제는 내년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기존 제재의 허점을 메웠는데, 러먼도 미 상무장관은 매년 관련 제재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선 중국은 자국의 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희토류 등 반도체 생산 재료를 무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반도체 소재인 게르마늄과 갈륨, 12월엔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고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며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이런 기조 속 미국은 중국에 대화하자고 손짓하고 있다. 경쟁은 유지하되, 오판의 위험만은 방지하자는 것이다.

로버트 로스 보스턴 칼리지 교수는 "미국은 대만과 무역, 기술 문제를 둘러싸고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과 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발리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담에서도 미중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쟁의 위험을 줄이면서 현재의 대중 견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2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한 가운데, 미중간 군사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중 정상은 이날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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