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과 사우나에서 나눈 이야기… 좌절했던 추신수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42‧SSG)는 고국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 도전을 선택해 한국에서는 프로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쌓았지만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 문화로 농담할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참 부럽고 또 절실했다.
그런 추신수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당시 SK를 인수해 창단한 SSG의 부름을 받았다. SSG의 전신인 SK는 과거 해외파 특별지명 당시 다른 선수를 제쳐두고 추신수를 지명했다.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생활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버린 취급을 받기도 했던 이 지명권은 현역 막바지에 그 연이 닿았다. 추신수는 SSG의 제안을 받아들여 만 39세의 나이에 KBO리그 ‘신인’이 됐다.
2021년 추신수의 입단은 KBO리그 스프링캠프를 뜨겁게 달군 최대의 이슈였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로 추신수는 입국 후 2주의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를 마치고 처음으로 선수단에 합류한 게 시범경기 사직 원정이었는데 구름 같은 취재진이 몰려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추신수를 가장 먼저 맞이한 선수, 그리고 추신수가 가장 먼저 가 껴안은 선수가 바로 동갑내기 김강민(42‧한화)이었다.
추신수는 이후 생활에서 김강민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베테랑이었지만 KBO리그의 문화와 환경이 낯선 추신수에게도 때로는 길잡이가 필요했다. KBO리그에서, 그것도 SSG 한 팀을 위해 20년을 뛴 김강민은 완벽한 적임자였다. 리그와 팀의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선수단의 큰 형님이기도 했다. 추신수는 이후 중요한 의사 결정이 있을 때마다 김강민과 상의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23년도 그랬다. 이번에는 김강민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김강민은 시즌 중반부터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명예롭게 은퇴하고, 그 다음은 지도자를 향한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추신수는 구단 클럽하우스 내에 있는 사우나에 앉아 허심탄회하게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떠올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베테랑의 대화였다.
추신수는 친구에게 당장 은퇴를 하지 않는 대신, 은퇴 시점을 예고하고 2024년 시즌 초반이든 중반이든 어떤 시점에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은퇴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충분히 큰 무대에서 많은 팬들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할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의 이야기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동료가 바로 추신수다.
SSG는 김강민을 2024년 전력에 포함하지 않은 상태였고, 대신 2024년 시즌 초반에 성대한 은퇴 경기를 한 뒤 지도자 코스를 밟길 원했다. 반대로 김강민은 플레잉코치 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SSG는 플레잉코치 제도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고, 거취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강민을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빼버렸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선수를 데려갈 팀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SSG의 계산과 다르게 한화라는 한 팀이 있었고, 결국 SSG와 협상 과정에서 지친 김강민도 한화로 이적해 현역을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
추신수는 김강민의 이적에 망연자실이었다. 당시 추신수는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조금씩 후자로 마음이 기울던 상황이었다. 2024년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계획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을 때다. 추신수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었고, 추신수는 “우승이라는 구상에 김강민은 항상 포함되어 있던 선수”라고 했다. 친구를 떠나, 그런 동료가 떠나자 추신수도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했다. 자신도 그대로 은퇴할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결론적으로 그라운드, 그리고 SSG에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심장도 아직 야구장에서 뛰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후배들이 눈에 밟혔다. 추신수는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피 한 방울 안 섞인 후배들이지만 동생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없어도 다들 잘하겠지만, 강민이가 한화로 가면서 기둥을 두 개나 잃으면 팀이 흔들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현역 연장의 결정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도 가슴은 허전하고 쓰리다. 김강민의 이적 소식을 들었을 당시를 생각하면 여전히 감정이 치솟는다. 하지만 어쨌든 벌어진 일이고, 남은 선수들은 남은 선수들대로 야구를 해야 한다. “이제는 앞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추신수는 김강민의 이적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구단의 생각과는 다르게 돼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결정은 된 일이다. 친구가 올 시즌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면서 “하지만 그 기분과 마음에 정체될 수는 없다. 앞으로 가야 한다. 경기를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기나긴, 그리고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2024년에는 주장의 중책도 맡는다. 후배들과 소통에 앞장서며 선수단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은퇴를 예고해서인지 현재의 마음가짐은 예년 겨울에 비해 조금 더 홀가분하고 편안하다고 웃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누볐던 야수의 심장이 나이를 먹었다고 쉽게 꺼질 일은 없다. 추신수는 올해 목표에 대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팀 성적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당연히 우승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2위를 하기 위해 야구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러기 위해 플로리다까지 가서 캠프를 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우승을 위해 준비한다”면서 “스포츠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전망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변수도 많고 그게 야구다. 팀 평균 연령이 높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초반에 컨디션 관리를 잘하면 1년 동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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