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규제 ‘발등의 불’… 자연분해 기술로 혁신 안간힘 [심층기획-脫플라스틱 시대]
韓, 플라스틱 원료·전구체 수출 1위
생산 제한·폐기물 관리 각국서 압박
관련 업장 대부분 ‘50인 미만’ 영세
규제 시행 대처할 기초체력 부족해
단순 재활용으론 기후변화 극복 난망
생분해성 PBAT·PLA 제품 육성 등
석유 화학업계 ‘순환경제’ 구축 사활
“연간 플라스틱 오염 80% 감축 기대”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한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 discussions)’가 성과 없이 끝났다. 지난해 9월 발표된 협약 초안을 기반으로 각국 대표와 관계자들이 500건 이상의 의견안을 제출했지만 각 나라의 입장차가 커서 어떠한 방안도 채택되지 못했던 것. 4차 회의를 위한 국가 간 협력 과제 도출에도 실패했다.
케냐 협상위원회의 쟁점은 플라스틱 규제를 위해 생산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활용과 재사용 등 폐기물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환경 선진국이 포함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은 생산 감축 및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 중단을 법제화하는 데에 지지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이에 반대했다. 특히 석유화학 부산물이자 플라스틱의 1차 소재인 폴리머를 규제하는 부분에 대해 이들 국가의 반대가 컸다.
이 대립 상황에서 한국은 어정쩡한 위치였다. 한국은 2022년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국제적 흐름에 호응하기 위해 우호국 연합에 가입했지만 핵심 쟁점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는 유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출한 사전보고서에서 생산 감축 대신 폐기물 관리 중심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환경보호가 아닌 플라스틱 산업의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면 저절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플라스틱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2021년 플라스틱 전주기 품목별 수출 상위국을 보면 한국은 최종 제품과 폐기물을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 골고루 7위 이내에 포진돼 있다. 이 중 플라스틱 공업원료 및 전구체 부문에서는 세계 1위다. 2022년 기준 4억30만t에 달하는 세계 플라스틱 생산에서 한국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그만큼 관련 산업도 활성화돼 있다. 화학바이오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플라스틱 관련 업종으로 분류된 사업체는 국내 2만943개에 달한다.
이 와중에 글로벌플라스틱협약이 생산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체결될 경우 자칫하면 수십 년간 다져온 산업 기반 체제가 무너질 수 있고, 이는 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큰 손실이 된다. 관련 배경을 알게 되면 한국의 주저하는 이유가 쉽게 이해될 수밖에 없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 관건은 ‘적응’
일부 국가의 반발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큰 틀의 시대 흐름은 거스를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동물학회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 연구팀은 2021년 국제 종합환경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문제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 있다”면서 “플라스틱이 기후 위기를 유발하고, 기후 위기가 다시 플라스틱을 늘려 해양 환경에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2023년 여름이 역대 가장 더웠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플라스틱 사용이 이런 기후 변화의 핵심 요인 중 하나라는 인식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환경단체인 ‘엘런 맥아더 재단’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단체의 글로벌플라스틱협약 관련 공동 책임자인 카스텐 바흐홀츠는 “단순히 재활용하거나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플라스틱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더 강력한 정책과 신속한 비즈니스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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