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노량' 김윤석이 찾아낸 '인간 이순신'의 진실한 삶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4. 1.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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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0년 프로젝트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든 사람들 <상> 배우 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순신 장군 역 배우 김윤석
'용장' '지장'에 이어 '현장' 이순신 그려내며 시리즈 마무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 장군 역 배우 김윤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이순신 장군'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싸움인 '노량해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자 '영웅'을 너머 '성웅'(聖雄, 거룩한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을 그린다는 것, 더욱이 그 인물의 마지막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어떻게 그려내야 했을까.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은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10년 대장정의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는 국난 속에 출현한 영웅 이순신의 최후 전투를 그려낸 작품으로, '성웅 이순신' 그리고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 김윤석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감독이 '노량'에서 보여주고자 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는 '현장'(賢將·현명한 장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온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민하고 질문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김윤석이 발견한 건 영웅의 이면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전사한 한 영웅의 삶을 돌아보고 그려가는 과정에서 본 것은 한 명의 '인간'이었다. 그렇게 알아가고 이해하며 표현한 게 '노량'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다. '노량' 개봉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자신이 온몸으로 경험한 이순신과 노량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이 만난 이순신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이순신은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박용우)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결심한다.

김윤석은 '명량'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에 이어 세 번째 이순신이자 필사의 전략으로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고자 노량으로 향하는 이순신을 맡았다. 이에 많은 관객의 관심은 일찌감치 김윤석이 연기할 이순신이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에 쏠렸다.

김윤석은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하는 데 대한 마음의 부담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사실 그것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라는 배역 자체가 무게감이 너무 큰 배역이기 때문에 명량과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던 두 배우분과 똑같은 심정이라고 말씀드리면 될 거 같다"며 자신을 향한 관심과 부담에 관해 답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3부작'의 연출자인 김한민 감독은 '명량'에서는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박해일을 이순신 역에 캐스팅해 한산해전에서 '지장'(智將·지혜로운 장수),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용맹한 장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은 '현장'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김윤석은 노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현명함은 그가 결심한 전쟁의 마무리, 즉 영화에서 내내 강조하는 '완전한 항복'에 있다고 봤다. 그는 "'현명'하다는 것은 사실 '노량'의 어떤 부분과 일치한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전쟁을 끝까지 보는 판단, 과연 이 전쟁이 이대로 끝이 나면 어떨지를 얼마나 고민했을까"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백성 400만 명이 죽은 상황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명나라가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죠. 과연 이 상황에서 이순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대로 (왜군을) 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이 쌓이게 될 것이고, 또 올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게,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하게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고 올바른 끝을 맺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거예요. 그것이 현장의 모습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에 관해 조금씩 더 깊이 알아갔다. 현장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며 김윤석이 만난 '이순신'이라는 영웅은 한 명의 '인간'이기도 했다.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나라와 백성들을 구했지만, 정치적인 모함으로 인해 도성으로 압송돼 한 달여 동안 고문을 포함해 혹독한 조사를 받았다. 이후 풀려나 다시 백의종군하기 위해 남해안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부고를 듣기도 했다. 셋째 아들 이면(李葂)은 왜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은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사이가 이순신 장군이 가장 피폐하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것도 있었을 것이다. 다들 자꾸 전쟁이 끝났다고, 끝내라고 하지만 그분이 보기엔 끝이 나지 않은 거다. 그런 심리적인 고통도 있었을 것"이라며 "인간으로서는 400년 전에 이 땅에 있었던, 7년 전쟁에서 군인으로 생을 살다 전장에서 사라져 간 너무나 불행한 인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도 칭찬 한 번 못 받고 벌만 받다가 가족을 잃고 결국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영웅의 이면에는 너무 안타까운 사람이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에게 이순신 장군의 전사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이순신 장군이 그토록 바랐던 완전한 항복으로 향하는 현장(賢將)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 북을 치는 장면이다. 난전(亂戰) 속에서 아군을 독려할 방법은 조선군의 진격 신호이기도 한 북소리였다.

그렇기에 김윤석은 북을 제대로 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는 "북채가 굉장히 단단하다. 그걸로 사람을 때리면…"이라고 농담을 건넨 뒤 "연습을 하지 않으면 북에 몸이 휘청휘청 끌려간다. 그래서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북소리가 그대로 가슴을 때렸는데, 극장에서 보니 북소리가 가슴을 향해 그대로 직진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7년의 종결을 알리는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전투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은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왜구가 쏜 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고 쓰러진 뒤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 말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후 전사했다. 이 마지막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김윤석이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바로 '진실함'이었다.

"전쟁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 아비규환이 극치에 달했을 때 나오는 장면이죠. 그러나 위대한 영웅의 죽음을 위대하게 묘사해선 안 된다고 봤어요. 전쟁터 안에서 이순신 장군은 자신으로 인해 장군들이 몰려와 전세에 구멍이 생기고, 아군이 열세로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을 거 같아요. 가장 피해가 안 가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고,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선 안 된다고 하는 거죠. 이를 위대한 장군의 모습보다는, 400년 전 7년 전쟁을 겪고 살다 간 50대 국민이자 사람의 죽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한민 감독 역시 이순신 장군의 전사 장면을 진실하게 표현하고자 했고, 김윤석은 담담하게 한 장군이자 한 사람의 마지막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 장군 역 배우 김윤석.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0년 대장정 이끈 김한민 감독, 그 마지막 '노량'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나 조선 내에서조차 적당히 끝내자는 임진왜란을 왜 그렇게 끝내선 안 된다고 하는지, 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하는지 '노량'에 모두 담겼다고 했다. 그는 "결국 승리의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이순신 3부작'을 이끌어 온 김한민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진왜란은 '제1차 일제강점기'라고 할 수 있다. 왜구는 반드시 또 올 것이기에 다시는 이 땅에 오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했다. 그렇기에 출사표에서 '이 원수를 갚을 수 있으면 내 한 몸 죽는 건 괜찮다'고 한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전쟁 종결의 의미, 진짜 시작을 위한 올바른 끝맺음에 초점을 맞춘 감독님의 의도는 굉장히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명량'에서 '노량'까지 10년이 걸렸다면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20년이 걸렸을 거다. 대한민국에서 김한민 감독만큼 이순신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다. 그 집안의 가족까지 줄줄 나올 정도다. 그런 부분에서는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을 가장 잘 아는 감독을 만나 이순신에 보다 가까이 다가간 김윤석이 스크린에 그려낸 이순신은 한 명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도 '노량'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영웅을 넘어 '성웅'으로 이순신 장군을 바라봤기에 오히려 '인간 이순신'을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좋은 영화는 사람이 보여야 한다"는 김윤석의 말처럼 성웅의 모습만이 아닌 한 인간의 모습까지 담아냈기에 '노량'은 '이순신 3부작'을 올바르게 끝맺음한 셈이다.

그는 "사람의 삶이 보여야 한다. 허황된 삶이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이 보여야 좋은 영화다. SF영화라 해도 '우리'가 보인다면 훌륭한 영화라 생각한다"며 "마찬가지로 '노량'은 400년 전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했다.

"'노량'이 관객들의 가슴 속에 길게 남는 그런 영화로 남고 이야기됐으면 해요. 또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하신다면 좋겠어요."

[10년 프로젝트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든 사람들 <중> 감독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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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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