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韓방산] 구름 뚫고 30분 단위로 감시… 초소형 SAR 위성

정재훤 기자 2024. 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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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산업 경쟁

국방력 강화는 주권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분단국인 한국은 육·해·공 무기체계를 직접 개발하며 방산 역량을 쌓아 왔고,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는 국가로 거듭났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끊임없이 기존 무기체계를 개선하고 신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군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무기체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 1호’를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켰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정찰위성운영실 사진을 공개하며 위성이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했음을 대외에 공표했다. 우리 군 역시 작년 12월 독자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성공하며, 남북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우주까지 확장됐다.

군사위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방 영역에서도 민간 기업과 협업해 차세대 군사위성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 개발을 놓고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초소형 SAR 위성. /한화시스템 제공

우리 군이 발사했던 ‘한국형 정찰위성’ 1호기에는 전자광학(EO)과 적외선(IR) 촬영 장비가 탑재됐다. 이 위성이 사용하는 광학카메라는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등 비교적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구름 등 방해물이 있을 때 관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SAR은 기존 레이더를 변형해 영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공중에서 이동 중인 위성이 지상 또는 해양에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쏘면서, 레이더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과 그동안 위성이 움직인 거리를 계산·합성해 지형도를 만들어 낸다. SAR을 이용하면 기상 환경과 상관없이 대상물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어 군사적 가치가 높다.

위성 종류별 촬영 영상 예시. /방위사업청 블로그 캡처

SAR 위성 여러 대를 함께 운용하면 목표 관측 지역을 짧은 시간 안에 재관측할 수 있다. 한 항공우주 업계 관계자는 “SAR 위성의 무게를 줄이는 대신 궤도에 여러 대를 올려 운용하는 것이 요즘 지구 관측 위성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과 KAI는 지난해 5월 각각 국방과학연구소와 SAR 검증위성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 6월까지 실제 우주로 발사할 초소형 SAR 위성의 비행 모델을 개발 중이다. 국과연은 두 회사의 모델을 교차 검증한 뒤 향후 SAR 군집위성 개발을 주관할 업체를 선정하고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초소형 SAR 위성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유튜브 캡처

지금까지는 한화시스템이 초소형 SAR 위성 사업에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2월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국과연과 함께 개발한 100㎏급 소형 SAR 위성을 발사해 지상 650㎞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리고 쌍방 교신에도 성공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가 얇은 직육면체 형태로 설계돼 있다. 또한 다수 모듈로 구성된 전장품을 하나의 모듈로 기능을 통합해 경량화·소형화했다. 이를 통해 무게와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SAR 위성에 한국형 전투기 KF-21의 AESA(능동형위상배열) 레이다 기술을 통해 검증된 반도체 송수신 장치를 활용한 초경량·고효율의 SAR 안테나를 탑재했다. 해상도는 1m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남 사천에 있는 KAI 우주센터./KAI 제공

KAI는 다양한 위성 개발 경험이 있어 저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는 지난 30년간 다목적 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등 다양한 중·대형 위성개발 사업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사된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의 핵심 구성품과 위성 본체도 KAI가 개발했다. 오는 2025년까지 발사될 500㎏급 중대형 위성에 속하는 군 정찰위성 2~5호기 역시 KAI가 체계종합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갖춘 것도 KAI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KAI는 이곳에서 위성의 설계·제작·시험 등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으며 중대형 위성 6~8기, 초소형 위성 20기 이상을 양산할 수 있는 인프라(기반시설)를 갖췄다. KAI는 초소형 SAR 위성 사업을 통해 기존 중·대형 중심의 위성 포트폴리오를 초소형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군은 오는 2030년을 전후로 약 40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통해 북한을 30분 단위로 빈틈없이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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