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증시전망] 김동원 KB證 본부장 “금리 인하 시점이 기회… 이차전지 하반기부터”
AI 반도체 중심으로 수요 완만하게 성장할 것
전기차 가격 하락 이차전지는 ‘상저하고’ 예상 투자자>
금리 인상 기조와 공매도 금지 조치, 테마주 열풍, 금융투자회사의 도덕적 해이 등 크고 작은 이슈가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癸卯年) 증시 분위기를 1년 내내 어수선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2023년 주식시장은 괜찮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함께 코스피지수는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분 좋은 흐름이 푸른 용의 해(갑진년·甲辰年)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새롭게 주목받는 섹터가 나오지 않는 이상 2024년에도 반도체·이차전지 중심의 주식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들 업종은 2023년에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만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상무)은 반도체·이차전지 업종의 새해 전망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1973년생인 김 본부장은 연세대에서 경제학(석사)을 공부하고 1999년 굿모닝증권(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증권(2017년 KB투자증권과 합병해 KB증권 출범)으로 넘어와 기업분석부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2023년 1월부터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경기 민감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한 정부 주도의 설비 투자 확대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매크로(거시환경) 불확실성 일부 완화로 재고 관련 투자가 모멘텀(상승 여력)을 더하고,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수출 확대도 기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 반도체 수요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전년 동기 대비 서버는 9%,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는 각각 5%, 4%씩 수요가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AI 시장 확대로 최대 혜택을 얻는 반도체는 AI 가속기”라며 “생성형 AI의 학습을 위해 병렬처리 형식에 특화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점유율 80%)하고 있어 관련 기업의 매출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능과 탑재량 증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김 본부장은 “올해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H200, B100에는 2배 가까이 많은 HBM 용량이 탑재됐다”며 “관련 메모리 공급사 실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공급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설비투자액(CAPEX)을 보면 D램은 전년보다 1% 증가하지만 상당 부분이 HBM 생산능력(CAPA) 확장에 사용되고, 낸드플래시는 1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메모리 공급사의 강도 높은 감산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128단 이하 레거시(구형) 낸드의 재고량이 여전히 많은 편으로, 국내 주요 공급사의 가동률은 50%대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가동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올라가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낸드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한 590억달러(약 76조원) 규모로 전망됐다.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거시 환경과 관련해선 “미·중 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있으나,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수요에 보다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 금리”라고 했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부흥에 나선 일본 정부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으로 평가됐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일본이 패권 도전에 나서더라도 점유율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부품 관련 국산화가 제법 진행됐다”며 “공급망 영향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올해 전방시장 수요가 예상을 하회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PC·스마트폰 산업은 과거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기 어려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며 “기업이 소비자의 교체 유인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의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수요도 기대를 밑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내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다가 연말에 식은 이차전지와 관련해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하다가 하반기에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 본부장은 “현재 전기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하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금리 인하 등과 맞물려 전기차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하반기 수요는 시장 우려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친환경 투자 기조와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의 여파로 이차전지 산업은 궁극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게 김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과 11월 미국 대선 이슈 등에 의한 변동성 심화 국면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이차전지 유망 종목으로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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