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T 투자와 생명보험의 공통점

여론독자부 2024. 1.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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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20년 납기 생명보험(종신보험)의 납입을 완료했다.

생명보험 납입 완료 안내를 받고 잠시 소소한 감회에 젖어 들다 얼마 전 있었던 행정 전산망 오류 사태가 떠올랐다.

IT 투자는 생명보험과 속성이 비슷하다.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생존을 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기업에 있어 IT 투자비는 일종의 생명보험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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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원 에이치엔아이엑스(HNIX) 대표
생명보험 들고 일찍 안죽었다고
보험 가입이 잘못됐다 할수없어
행정전산망 마비 등 위험 대비
'장애복구' 등 투자 대책 세워야
[서울경제]

며칠 전 20년 납기 생명보험(종신보험)의 납입을 완료했다. 생명보험 납입 완료 안내를 받고 잠시 소소한 감회에 젖어 들다 얼마 전 있었던 행정 전산망 오류 사태가 떠올랐다. 그리고 ‘정보통신(IT) 투자와 생명보험은 같은 속성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트워크 구성 장비 중 일부의 장애가 행정 전산망 오류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장애 관리 대책(무엇을)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유지 보수 체계(어떻게)가 제대로 준비되고 작동됐는지 의문이 든다.

먼저 ‘무엇을’에 해당하는 위험 대비 장애복구(DR) 체계가 올바로 구축돼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IT 시스템에서 DR 체계는 필수다. 요즘 기업들은 ‘이중화’로도 부족해 ‘다중화’하는 추세다. IT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장애 발생 때 전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개 사기업의 전산망도 이런데 일부 네트워크 장비의 장애로 국가 전산망이 3일이나 영향을 받은 현실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필자는 과거 DR 체계 구축을 위해 수백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적이 있다. 금액이 크다 보니 회사로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결국 비용은 승인됐고 DR 체계는 구축됐다. 그러나 아직 DR이 구동된 적은 없다. 생명보험은 들었으나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럼 회사 입장에서 DR 체계 구축은 잘못된 투자인가. 생명보험을 들었는데 일찍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보험 가입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다음은 ‘어떻게’에 해당하는 유지 보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유지 보수 투자에 대해 시장 물건을 싼 값에 사듯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지 보수 투자는 유형의 상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사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해 1만 원짜리 상품을 5000원에 샀다면 비용을 절감한 것이지만 서비스는 다르다. 서비스는 제공자의 기술력과 경험, 자부심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는 반드시 유지 보수가 발생한다. 따라서 모든 IT 투자는 구축 단계부터 유지 보수까지 고려한 총소유비용(TCO)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비와 유지 보수비를 묶어 IT 투자비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IT 투자는 생명보험과 속성이 비슷하다. 인생은 우리의 바람과 기대대로만 살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은 가장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생존을 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기업에 있어 IT 투자비는 일종의 생명보험료가 아닐까.

최근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는 전 국민이 겪은 다양한 불편, 시간 지연, 국가 전산망에 대한 신뢰 하락, 예측 가능한 사업 기회의 손실 등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국가적 손실임에 틀림없다.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와 같은 임기응변식 대처가 아니라 TCO 측면에서 국가 전산망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해본다. 기업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IT 투자 및 투자에 따른 유지 보수 체계와 비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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