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다시 보기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의 광활한 자연이 안겨 주는 다채로운 호사에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 일정 막바지에 들어서선 여권을 일부러 잃어버릴 뻔했다. 그만큼 퀸즐랜드에서의 시간이 특별했다는 뜻이다.
●Story Bridge & River to Bay
브리즈번을 기억하는 방법
인천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날아 아침의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가을의 정점에서 봄의 한복판으로 날아온 것이다. 호주의 벚꽃으로 통하는 연보랏빛 자카란다가 지천으로 피어나 있고, 온화한 공기의 질감과 분위기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브리즈번은 호주의 3대 도시 중 하나에 속한다. 호주를 잘 모르더라도 시드니, 멜버른과 함께 브리즈번은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하다. 하지만 대개는 뚜렷한 인상을 지니고 있지 않은 곳일 확률도 있다. 이 도시를 생생히 경험하고 깊이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랜드마크 중 하나인 스토리 브리지(Story Bridge)에 올라 도심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말 그대로 철제 다리 건축물 위에 '올라서서' 도시를 탐험할 수 있는 스토리 브리지 어드벤처 클라이밍 체험을 말하는 거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가이드와 함께 다리 구조물을 등반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발아래 펼쳐진 브리즈번을 만끽하고 이 도시가 지닌 흥미로운 역사와 유산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기념사진도 찍는다. 이런 강렬한 기회, 흔치 않다.
익사이팅한 브리지 클라이밍 도전이 영 내키지 않는다면, '리버 투 베이(River to Bay)' 체험으로 잔잔하게 도시를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하워드 스미스 부두(Howard Smith Wharves)에서 시작하는 크루즈 투어로, 강 위를 유람하며 전문 가이드의 흥미진진한 도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둘 다 브리즈번이란 도시를 기억하기에 좋은 방법임은 분명하다.
참, 브리즈번으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이 2024년 3월18일까지 매일 운항으로 증편되었다. 추운 겨울로부터 도망쳐 화창한 여름날의 도시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기 조금 수월해지겠다.
●HOTA & Wale Watching Tour
바다로 시작과 끝을 맺는 여정, 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골드코스트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오죽하면 호주를 잘 아는 친구에게 골드코스트를 간다고 했을 때 '숙소는 서퍼스 파라다이스겠네!'라는 대답이 나올까. 이름은 서퍼스 파라다이스인데 막상 서핑 고수들은 이곳을 즐겨 찾지는 않는다고 한다. 파도 위를 가르는 서퍼들을 바라보는 장면을 기대한 탓에 조금은 허무해졌다. 물론 서퍼를 아주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주로 새벽같이 이른 아침에 나와 유유히 파도를 즐기고서는 더 좋은 파도를 찾아서 다른 바다로 이동한다.
서퍼는 보기 어려울지언정 휴양지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여유, 오션뷰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숙소, 거리에서 열리는 로컬 마켓, 신선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쇼핑몰까지 여행자의 마음을 붙드는 모든 요소가 밀집해 있다. 바다에 들어가진 않더라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도 수출한다는 고운 모래의 질감을 맨발로 느껴 보고, 바다 곁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이곳 매력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인근에 자리한 호타(HOTA, Home of the Arts)에도 들렀다. 예술이 삶과 만나는 문화의 현장으로 워크숍과 공연, 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리며 큰 규모의 갤러리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호주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원주민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과 광활한 호주 자연을 커다란 화폭에 담아낸 작품. 그리고 신진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에너지스(ENERGIES 23) 섹션까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트숍도 아주 알차다. 매주 일요일에는 야외에서 호타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데, 라이브 음악과 함께 다양한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를 만나며 로컬 바이브를 제대로 만날 수 있으니 일정을 맞춰 보는 것도 좋겠다.
골드코스트가 제안하는 즐거움의 정수를 만나려면 씨월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거리의 이곳은 돌고래, 물개, 펭귄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나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과 최신식 놀이기구 등을 갖춘 복합 테마파크다. 또한 헬기 투어와 웨일 워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며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특별한 형태의 테마파크라 할 수 있다.
씨월드 경험의 하이라이트는 '웨일 워칭 투어'다. 약 4만 마리의 고래들이 매년 남극 대륙에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로 이동하기 위해 골드코스트 해안을 지나가는데, 이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다. 배를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로 나아가면서 전문가의 친절하고 위트 있는 설명을 듣고, 고래를 발견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잠시 배를 세운 채 고래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 머물 때는 아무리 잔잔한 파도라 하더라도 배가 파도의 일렁임을 그대로 받아 낼 수밖에 없기에 울렁거림이 좀 있다. 평온히 고래를 바라보고 싶다면 미리 멀미약을 먹어 두길 권한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걱정, 긴장은 이내 감탄과 환희로 바뀐다. 바다의 표면이 아쿠아 마린 빛깔로 반짝이더니 이내 헤엄치는 모습을 드러내는 엄마 고래. 그리고 그런 엄마의 움직임을 배워 보려는 듯 아기 고래도 서투른 헤엄으로 뒤따른다. 아무리 감정이 메말랐다 해도 이런 장면을 보면 마음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가 않다.
●Moreton Island
액티비티의 정점, 모튼 아일랜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모래 섬인 '모튼 아일랜드 (Moreton Island)'에 위치한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그야말로 액티비티의 끝판왕을 만났다. 하루를 꼬박 쏟아부은 일정이 끝나자 같이 있던 일행이 말했다. "나 이런 거 좋아했네?" 자신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던 이들도 반하고야 마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여기에 있다.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는 자연이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추구한다. 헬기투어, 스노클링, 사막 사파리 투어, 돌고래와의 만남 등등 자연 속에서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데이트립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요 액티비티를 모두 경험해 봤다.
하늘 위에서 굽어봐야만 알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우리의 수평적 시선으로는 가 닿지 않는 장면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만으로 형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있는 그대로 자연의 색채와 속살, 그 안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의 작고 가벼운 존재 같은 것들 말이다. 15분 남짓, 결코 길지 않은 비행이었던 이번 헬리콥터 투어에서도 이런 걸 떠올리며 제법 감상적인 마음이 들었다. 발아래 바다 빛깔이 어찌나 아름답고 투명한지 물속을 헤엄치는 거북이와 듀공도 발견했다. 진짜인 줄 깜박 속아 넘어간 난파선을 발견했을 땐 속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사진으로 남기려는 노력보단 눈으로 오롯이 감상하는 쪽을 택하기를. 그래야 후회가 없다.
모튼 아일랜드는 리조트를 제외한 98%가 국립공원이다. 차를 타고 섬 안의 사막 지역으로 이동해 모래 언덕에서 샌드보딩을 즐기는 시간도 가졌다. 보드를 들고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걸어 올라가 꼭대기에서 보드에 몸을 대고 엎드린 채 그대로 크루징! 모든 썰매가 그렇지만 올라가는 고통을 조금만 참고 견디면 찰나의 스릴 넘치는 즐거움이 찾아온다. 체력이 따라 준다면 최대한 여러 번 즐겨 보자. 샌드보딩 체험 후 며칠간은 곱디고운 모래 알갱이가 자고 일어난 베갯잇 위나 입었던 옷 지퍼 틈새 등에서 조금씩 새어 나올 수 있으나 너무 놀라진 말자.
누가 일부러 그려낸 것처럼 아름다운 노을이 저물 무렵엔 야생 돌고래 먹이 주기 체험을 했다. 이날 일정의 마무리로 이것보다 적절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곳 해변을 찾아오는 야생 돌고래와의 인연에 얽힌 스토리도 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뱃속에 아이가 있었던 돌고래가 이곳 근처로 와 먹이를 얻어먹었던 날을 시작으로 4대째 그 돌고래 가족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건 뭐 동화 속 이야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외부 바이러스가 자연의 돌고래에게 어떤 해를 미칠지 모르니 먹이를 주기 전 손을 미리 청결히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작은 물고기를 한 손에 들고 인솔자와 함께 바다로 한 걸음씩 걸어 나간다. 돌고래가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이 보인다. 심장의 박동도 함께 올라간다.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물고기를 쥔 손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으면 돌고래가 먹이를 물고 간다. 돌고래를 직접 손으로 만지는 건 금기시되는 행동이기에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돌고래의 살결을 찰나로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찰나는 돌고래가 먹이를 먹으려다가 손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황인 건데, 그 운 좋은 사람이 바로 나였음을 고백한다.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이제 와 생생히 설명하기에 쉽지 않지만, 경이로운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벅찬 감동만이 진하게 남아 있다.
●Editor's Pick
퀸즐랜드, 지나칠 수 없는 즐거움에 대하여
퀸즐랜드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모튼 아일랜드의 알짜배기 추가 정보를 한곳에 모았다.
Brisbane
▶Spot 1
도시여행자를 위한 공간,
호텔 인디고 브리즈번 Hotel Indigo Brisbane
브리즈번 노스 키(North Quay) 지역에 자리한 호텔 인디고는 시내 중심 위치로 도시여행자들에게 최적화된 곳이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위트 넘치는 공간 활용 덕에 리셉션부터 객실, 레스토랑 등 호텔 구석구석이 모두 흡족하다. 주변에 훌륭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으니 도시를 탐험하길 멈추지 말자.
▶Spot 2
브리즈번에서 가장 힙한 곳,
호텔 엑스 Hotel X
2021년 오픈한 호텔 엑스는 브리즈번의 가장 힙한 호텔 중 하나로 손꼽힌다. 포티튜드 밸리, 제임스 스트리트 등 주요한 거리가 바로 인근이어서 브리즈번의 레스토랑, 쇼핑, 나이트 라이프를 경험하기에 가장 완벽한 위치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대담한 인테리어와 도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텔 내 루프톱 바도 로컬에게 인기다.
▶Spot 3
로맨틱한 시간,
빈티지 피크닉 Vintage Picnic
연인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하고픈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브리즈번강의 캥거루 포인트 클리프(Kangaroo Point Cliffs) 인근의 강가에서 즐기는 아웃도어 피크닉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프라이빗한 장소에 귀여운 피크닉 소품들과 함께 샴페인, 핑거푸드와 치즈, 과일 등이 준비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 딱이다.
Gold Coast & Moreton Island
▶Spot 1
호주에서 가장 큰, 하버타운 프리미엄 아웃렛
Harbour Town Premium Outlets
골드코스트에 자리한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웃렛이다.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어그를 비롯한 호주 로컬 브랜드들을 매력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쇼핑과 더불어 식사와 즐길 거리도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어 쇼핑이 아니어도 즐겁다. 브로드 비치와 서퍼스 파라다이스 사이의 무료 관광 셔틀을 매일 운영하고 있어 더욱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Spot 2
해산물 맛집, 벌리 파빌리온 & 더 트로픽
Burleigh Pavilion & The Tropic Restaurant
호주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변 중 하나인 벌리 헤드(Burleigh Heads) 해변을 바라다보며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물론 로컬 식재료로 완성하는 브런치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짙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즐기는 맛있는 식사와 여유. 이곳이라면 가능하다.
▶Spot 3
오션뷰, 메리튼 스위트 서퍼스 파라다이스
Meriton Suites Surfers Paradise
모든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가 막힌 서퍼스 파라다이스 오션뷰를 즐길 수 있는 숙소다. 여행하는 인원에 맞게 최대 3 베드룸을 선택하면 되니 대가족이나 여러 명의 친구 그룹도 무리가 없다. 냉장고부터 세탁실, 기본적인 조리 기구도 모두 갖춰서, 바다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내 집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Spot 4
프라이빗한 휴식,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
Tangalooma Island Resort
모튼섬의 환상적인 해안을 만끽할 수 있는 탕갈루마 아일랜드 리조트에는 다양한 유형의 숙박시설이 있다. 호텔 객실이나 리조트 유닛 객실, 빌라나 아파트먼트 객실 등 취향에 맞추어 유형을 선택하면 된다. 선셋 칵테일과 토마호크 디너도 빼놓을 수 없다. 노을 질 무렵 리조트 내 휠하우스(The Wheel House) 비치 덱에서 석양을 닮은 빛깔의 칵테일과 푸짐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즐기는 호사도 누려 보자.
글 김나영 사진 이석훈, 이한결 취재협조 퀸즐랜드주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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