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유통가의 새바람, 신바람
오프라인 H&B(헬스앤뷰티)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는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유통업 역사에 남을 결정이다. 이 한 문장으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에 독점적 사업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유통업계의 논란은 일단락됐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을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짓기 어려운 이유로 '화장품 유통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강도가 강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유통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이 아니라 업의 칸막이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면세점 대신 외국인들의 쇼핑 필수코스가 됐고 쿠팡은 백화점의 전유물이었던 명품시장에 진출하는 시대다.
중국 직구 플랫폼의 한국 시장 상륙은 어떤가.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위는 알리익스프레스, 2위는 테무(Temu)였다. 알리는 이용자 수 기준으로 G마켓을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3위에 올랐다. 짝퉁 천국과 저급한 품질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알리가 계획대로 국내에 물류창고까지 세운다면 익일배송도 가능해진다. 알리는 초저가 시장을 넘어 쿠팡의 경쟁자가 될 판이다.
1월엔 또 하나의 새바람이 시작된다. 대구와 청주에 이어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성동구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이달 중하순부터 3개 자치구에선 일요일에 동네 대형마트가 쉬는지 검색해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서울에선 첫 사례다.
사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도 온오프라인 시장을 기계적으로 구분한 과거의 잔재다. 한달에 두번의 일요일에 영업을 못하게 한 의무휴업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경쟁관계라고 전제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이미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의무휴업 열외를 인정받은 하나로마트, 식자재마트, 편의점 등으로 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가보면 실감할 수 있다.
대구는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면 전통시장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가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준 실증 사례다.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지 6개월 후 조사한 결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쇼핑센터 제외) 매출은 의무휴업일 전환 이후 6개월간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전통시장 매출액도 대부분이 전년보다 늘어났다. 대구시가 의뢰한 조사결과이니 100% 신뢰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머니투데이 기자가 실제 대구에서 만난 서문시장 상인들은 "별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1호였다. 윤 대통령 취임 뒤 대통령실에 신설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정부는 규제의 골자인 '월 2회 의무휴업, 0시~오전 10시 영업 제한'을 손보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서울 자치구 중 의무휴업일 전환을 확정한 곳은 아직 서초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뿐이다. 하지만 3개 자치구의 의무휴업일이 평일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는 대구와 같은 실증 사례로 누적될 것이다. 또 서초구와 동대문구, 성동구의 대형마트들이 인근 강남구, 동작구, 성북구, 광진구 등의 소비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다른 자치구들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는 정부가 감시해야 하고 경제적 약자의 피해는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보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일단 '하지마 정책'으론 혁신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연초부터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새바람이 신바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진형 산업2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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