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백기 든 PF 위기 "남의 일?" [현장 써머리]
시공사에 연대보증 의무 제공케 하는 '한국형 PF'엔 엇갈린 시선
"큰 재무 리스크…대형사는 오히려 PF 잘 일으키지 않아"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요즘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이슈잖아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문제된 거 같아서 찾아보니, 이게 우리가 흔히 받는 주담대(주택담보대출)랑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더라고요. 주담대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거라면 PF는 개발사업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가능성을 담보로 투자받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니까요."
얼마 전 만난 중후장대 산업군을 취재하는 기자가 설렁탕 한 그릇을 앞에 두고 PF와 관련해 찰떡 같은 비유를 했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PF에 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완벽하게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반인에게 피부로 와닿게 설명하는 방식 아닐까 싶었습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project financing)은 금융기법 중 하나로,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담보물 대신 사업계획, 즉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업 주체는 향후 이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채무를 갚아 나간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해당 사업이 성공할 것이란 미래 기대감과 가치를 담보로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 건설사(혹은 시행사)가 서울 강남구 일원에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호텔 등을 짓는 B 프로젝트라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을 업계서는 'PF를 일으킨다'라고 표현합니다.
사업 주체가 단일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가 묶인 특수목적회사(SPC)라고 해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오롯이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PF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건설 현장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해 변동성이 크고, 부동산 시장이 지금과 같이 힘든 상황에선 상품(부동산)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수가 없는데요, PF로 굴리는 사업장이 한두 곳이 아니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돈을 갚지 못해 태영건설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같은 부동산 PF 대출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성이 더 커지고,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논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성공요인 분석(단국대학교)'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시장의 다양성과 규모가 커져 자금 확보와 불확실한 위험 분산 측면에서 부동산 PF 대출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초기 부동산 PF 대출이 '단순한 조달 수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활용 영역이 확장된 것입니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부동산 개발에 드는 대규모 자금을 고려할 때 금융 분야의 참여는 사업 진행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PF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고도 서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독특한 형태의 PF도 있습니다. 바로 프로젝트 사업성만 판단해 PF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시공사의 신용공여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론 PF는 대주인 금융기관과 차주인 시행사 또는 특수목적회사(SPC)로 구성되는데요, 단순 시공만 하는 대형건설사가 연대보증을 서주는 형태의 PF가 국내에선 매우 흔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시공사의 신용공여는 프로젝트 사업성 자체만으로 부동산 PF 대출이 이뤄지는 해외 사례와 차이를 보이는 구조죠. 즉, 금융기관은 PF 대출을 심사할 때 공사(시공)를 할 건설사의 신용등급과 보증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한국형 PF'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프로젝트 사업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외국과 달리 신용공여가 추가된 '한국형 PF'는 건설사의 시공보증이라는 담보가 있는 대출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과 시공사에 대출 위험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형사에 종사 중인 업계 관계자는 "단순 시공이든 시공사가 SPC에 지분을 일부 태우는 방식이든 국내에서는 신용공여 없이 PF를 일으키긴 어렵다"며 "이 때문에 모든 건설사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건설사의 신용등급과 브랜드 경쟁력이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시행사에서는 대형사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시공사로 협력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PF로 인한 리스크가 태영건설에만 한정된 사안이 아닌, 건설업계 전체나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죠.
다만, 부정적인 측면만 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위 논문에서는 대출 위험부담에 대한 책임 전가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사업성에 대한 참여 주체별 다중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건설사 별 추진 전략에 따라 다르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건설사일수록 PF를 일으키지 않는 사업장 위주로 선별해 수주하기도 하고요, PF 사업장엔 단순 시공으로만 들어가 이처럼 연대보증을 서기도 합니다. 자금력이 우수한 곳일수록 PF를 일으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과도한 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개발사업이 본격화하기 전 PF를 많이 일으킨다"며 "자금이 충분치 않거나 재무구조가 잘 갖춰지지 않은 중소형 건설사들이 PF 사업에 유독 많이 나서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어 "대형사의 경우 PF를 일으키지 않아도 되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또는 단순 시공 위주로 나선다. PF로 발생하는 재무 리스크 때문"이라며 "다만, 단순 시공 외주를 맡았을 때 사업 주체와 금융권 사이에서 연대보증 형태(한국형 PF)로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PF 부실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나섰으니, 당장은 PF 부실에 따른 파장이 커지지는 않을테지만 채권단과 협의 과정 등을 통해 어떻게 정리돼 갈지에 대해서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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