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의 봄', 계속될까] ③ '97'·'789' 세대 부상…'대안 아니다' 비판도

박정민 2024. 1.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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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에서 출발 '97세대론'…박용진·강훈식 등 주목
같은 세대 강위원·정의찬 논란…"한총련도 구태"
세대교체 발전시킨 국힘…친윤·여성혐오 논란도
정치권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는 현재 여야 현역의원 반수 이상을 차지하며 각 당의 주류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소속의원 167명 중 107명(64%), 국민의힘은 전체의 52%(112명 중 58명)가 86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돈봉투 의혹', '중진 희생론' 등 여야 '86세대'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등 대안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신인들이 강경·극단·혐오 정치적 행보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의도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상당수는 현재 은퇴를 바라보는 연령대인 60대에 진입했다. 2015년부터 '86용퇴론'이 나왔던 여의도에서는 새로운 세대로 '86기득권'을 극복하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2022년 전당대회(지도부 선거)를 기점으로 '97세대론(90년대 학번, 70년대생)'이 등장했다. 당시 박용진(71년생)·강훈식(73년생)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지선에 2연패한 상황에서 '97세대론'을 앞세워 유력주자였던 이재명 후보와 경쟁했다.

'97세대'는 87년 민주화 이후 대학에 다닌 세대로, 86세대에 비해 자유롭고 개혁적인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박·강 의원과 함께 박주민(73년생), 김한규(74년생), 홍정민(78년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정주(75년생)·김용민(76년생)·양이원영(71년생) 의원 등 일부 '97세대 강경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유 의원은 최근 '한동훈 반말' 논란, 김 의원은 '윤석열 탄핵' 발언, 양이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정의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특보가 지난달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공천 번복(예비후보자 등록 취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 검증위는 이날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정 특보가 총선 후보자 검증 과정서 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되자 재논의 후 부적격 처리했다. [사진=뉴시스]

강위원·정의찬(73년생) 당대표 특보 등 '한총련 세대' 공천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총련(한국대학생총연합)은 90년대 활동한 학생운동 단체로, 사실상 '운동권86(전대협 세대)'의 후신으로 분류된다. 정의찬 특보는 최근 민주당 총선 예비후보자 검증을 통과했으나 한총련 시절(1997년) '이종권 상해(고문)치사 사건' 연루 사실이 드러나 판정이 번복됐다. 강위원 특보는 현재 민주당 광주 서구갑 예비후보자로 등록했으나 과거 성희롱·2차 가해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 민주당 청년 예비후보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80년대생 관점에서는 86이나 97이나 올드하긴 마찬가지다. 한총련 세대는 더더욱 운동권86과 차이가 없다"며 "정치 신인이 아니라 구태 정치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73년생)과 함께 김웅(70년생)·강민국(71년생)·허은아(72년생) 의원 등이 '97세대'로 분류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함께 '789세대론'을 내세워 야권 '86세대'와 맞서고 있다.

'789세대'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비대위원을 전원 '70·80·90년대생'으로 구성하자고 주장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97세대론'에서 더 나아간 세대교체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 비서실장으로 97세대 초선 김형동 의원을 임명했으며,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6명(김예지·구자룡·장서정·한지아·박은식·윤도현)을 70년대생 이하로 채웠다.

다만 여당에서도 조수진(72년생)·이용(78년생)·배현진(83년생) 의원 등 일부 신인들의 친윤(친윤석열) 행보가 비판 받고 있다. 84년생 박은식 비대위원은 과거 SNS에 남긴 여성혐오 발언을 이유로 야권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97세대 등 신인들이 '86세대'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한 86세대 정치인은 통화에서 "86용퇴론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여야 신인들도 비전은커녕 계파 갈등 편승, 강성지지층 호소 등 구태만 답습하는 사례가 많다"며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제도, 인재영입, 공천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신인들 사이에서도 후배 세대 스스로가 '86세대'에 맞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86세대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여선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83년생)은 "저도 선배(86세대)를 인위적으로 물갈이 하자는 주장은 반대한다"며 "정치신인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유권자에게 먼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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