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민주당이 브리핑, 치료하는 서울대병원은 왜 침묵하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의 수술 경과와 현재 상태에 대해 아무런 브리핑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민주당이 이 대표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실제 2006년 야당 대표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5년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흉기 피습을 당했을 때도 치료를 맡은 세브란스병원의 병원장이 수술 경과 등을 브리핑했었다.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를 수술하던 2일 오후 5시쯤 기자단에 “오늘 내로 이 대표 관련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런데 40분 뒤 “이 대표 관련 브리핑은 취소됐다”는 문자를 기자단에 보냈다. 취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형근 서울대병원의 홍보팀장은 본지에 “환자 개인 정보 등 의료법상 조심스러운 부분 때문에 브리핑을 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 측은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의료법 규정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병원이 환자 상태를 브리핑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없다”고 했다. 의료법에 의료인이 진료 과정 중 알게 된 환자의 개인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규정은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환자 본인 및 가족 등의 동의가 있으면 발표할 수 있다. 이 대표와 가족만 동의하면 서울대병원이 이 대표 상태를 직접 브리핑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상태 브리핑은 대부분 병원이 직접 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환자 주치의나 병원장이 아닌 사람이 브리핑을 한다면 환자 상태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흉기 피습을 당한 제1야당 대표의 건강 문제는 공적인 문제”라며 “국민은 민주당이 아닌 담당 의사로부터 이 대표의 상태와 관련한 정확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 가족 등의 동의가 있는데도 병원이 브리핑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의료계도 비슷한 반응이다. 다른 대형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관계자들도 “서울대병원이 왜 브리핑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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