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싼 특례보금자리론 나오자… 더 과감해졌다
2022년부터 계속된 고금리와 2022년 하반기 이후 집값 하락이 겹치며 20~30대 영끌족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영끌 투자’ 역시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아파트 거래 현장을 들여다 보니, ‘2030세대의 영끌’은 지난해에도 계속 이어졌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 많은 빚을 내며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을 ‘리스크’가 아니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인식하고,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정책 대출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본지가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4개 지역 아파트 단지의 420가구에선 지난해 1년간 총 12건의 매매 거래가 있었다.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아파트 거래 자체는 예년보다 적었다. 다만 12건 가운데 10건(83.3%)은 매수자가 20~30대였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2년 말까지 이 아파트들의 매매 거래에서 20~30대 비율(65.5%)보다 약 20%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의 행태는 더 과감해졌다. 10가구 모두 대출을 받았고, 평균 대출액은 약 3억2900만원이었다. 매매가격 대비 대출액의 비율(LTV)을 계산하면 61%에 달했다. 1999년생 매수자 A씨는 작년 5월 4억4900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3억5900만원(약 80%)을 대출로 조달했다. 지난해 1월 말 정부가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이 허용하는 LTV 한도 80%를 꽉 채운 것이다. 이 매수자를 포함해 10명 중 6명의 LTV가 70%를 넘었다.
2030세대의 영끌이 되살아난 원인으로는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목된다. 이 두 제도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고,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정책적 효과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영끌족을 부채질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작년 1월 초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체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각종 세금, 대출 규제가 일시에 사라졌다. 같은 달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 9억원 이하 아파트 매수 시 시중보다 저렴한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도 시행됐다.
특례대출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영끌족은 주의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매수자 A씨의 경우 4%대 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았다 하더라도 매달 이자만 120만원 이상 내야 한다. 현재 이 집의 시세는 4억6500만원으로 매매가격보다 1600만원 올랐지만, 취득세(1.1%)와 중개수수료(0.4%)에 지금까지 낸 이자를 감안하면 실익은 거의 없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를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이 2030세대의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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