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란 질주 SNS로 생중계한 초등생, 이러다 큰일 날 것
10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인천에서 한밤에 시속 100㎞로 무면허 운전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초등학생이 아버지 차량 열쇠를 몰래 들고 나와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번갈아가며 운전했고 시속 100㎞까지 속도를 내는 모습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 시청자의 신고로 이들은 범행 2시간 뒤 붙잡혔지만 이런 일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실시간 방송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전에도 있었다. 작년 4월엔 10대 여학생이 서울 한 고층 건물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켜 놓은 채 투신했다. 당시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 접속해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사람의 고통과 참담함, 위험천만한 상황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일이 아무 제한 없이 벌어지는 것이다. 작년 11월 대전에선 고등학생들이 또래 여학생을 감금한 채 성폭행하면서 이를 SNS로 생중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다른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가입 연령 제한 등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국내 소셜미디어는 만 14세 이상부터만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두고는 있다. 하지만 가입 신청을 받으면서 태어난 연도만 물어볼 뿐 다른 인증 절차가 없어 얼마든지 14세 이상이라고 속여서 가입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많다고 한다.
미국 유타주는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가입·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올 3월부터 시행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선 정치권이 앞다퉈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입법을 하고 있다. 우리도 소셜미디어 가입 연령을 높이고 가입 절차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규제도 필요하다. EU는 작년 8월부터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엔 불법 유해 콘텐츠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세부 방안을 제출하라고 유튜브와 틱톡에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자율 규제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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