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4·10 총선 오리무중
국제신문이 신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10 총선을 앞둔 부산 울산 경남(PK)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50.3%의 정당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26.7%)에 비해 크게 앞섰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텃밭인 PK 표심을 확실히 붙들어 매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 안정론(47.7%)이 정권 견제론(43.4%)을 압도하지도 못했고 현역 의원을 재지지하기보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더 높았다.
전체 40석의 PK 의석 중 국민의힘이 31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역 교체론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총선의 해가 시작하자마자 맞닥뜨린 지역 민심에 PK여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영남권을 타깃으로 한 물갈이론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는 조만간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린다. 이에 지역 현역 의원들은 공관위 구성을 앞두고 긴장한 분위기다. 3선 이상은 중진이라는 점에서, 초선들은 ‘영남권 초선’이라는 점에서 물갈이론의 주요 타깃이다. 반면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진 당내 경쟁자들은 공천 물갈이에 기대를 건다.
역대 총선마다 PK를 포함한 영남권에선 쓰나미급 물갈이가 이뤄졌다. 매번 공천권자는 물갈이에 거침 없었다.
기존 현역을 교체한다는 점에서 기득권 쇄신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쉽고, 보수 텃밭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당선되는 일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PK 현역 54%를 물갈이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출범한 21대 국회에서 PK 초선 중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많지 않다. 신선함과 패기를 앞세운 초선 의원들이 기득권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PK 초선들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홍위병으로 전락, 당정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비판만 받았다.
이런 초선들의 모습은 물갈이를 원하는 민심의 바닥을 읽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공천 물갈이는 정치 기득권의 구태를 씻어낸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다. 국민의힘과 당은 다르지만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해영 전 의원 같은 소신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의 출현에 대한 갈증이 그 근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보지 못했다는 것 뿐, 기존 정치권의 사고와 행태를 답습하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가 지적한 ‘비만 고양이’가 될 뿐이다. 오로지 정치생명 연장만을 위해 할 일을 하지 않는 정치인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된 것이 물갈이론이다. 그 물갈이의 핵심은 양보다는 질이 돼야 한다.
PK 여당은 공천 물갈이가 최대 관심사인 반면 PK 민주당은 의석 수 늘리기가 관건이다. 현역 의원들이 4·10 총선에서 3선 이상 다선에 성공하는 것 이외의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도 PK에선 통상 30% 이상 지지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다만 민주당은 지지율보다는 개인기와 인물론에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둔 여야의 모습은 대조적이란 점이 흥미롭다.
국민의힘은 공천과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받더라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계산이 아닐까.
국민의힘에 비해 당내 공천이 치열하지 않은 PK 민주당은 당 대표의 지역 방문 등 후광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PK에서 낮은 당 지지도 때문에 오히려 개인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산은법 개정안이라든지 우주항공청,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 지역과 밀접한 현안에서 당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PK 민주당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셈이긴 하다.
김태경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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