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아름답게 풀어낸 ‘클레오의 세계’… 이란의 억압적 현실 까발린 ‘노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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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떴던 연말이 지나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해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이었던 '클레오의 세계'와 2022년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노 베어스(NO BEARS)'다.
'노 베어스'는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이란 영화계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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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떴던 연말이 지나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시작됐다. 연말 분위기에 마음을 아직 채 가라앉히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세계 유명 영화제를 사로잡았던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개봉한다. 지난해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이었던 ‘클레오의 세계’와 2022년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노 베어스(NO BEARS)’다. 잔잔하고 묵직한 영화로 차분하게 한 해를 시작하기에 좋을 것 같다.
‘노 베어스’는 자유를 빼앗긴 파나히 감독 자신이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 파나히 감독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이란과 튀르키예의 국경 시골 마을로 피신한다. 제작진은 이란을 떠나려는 커플에 대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있고, 그는 방에 앉아 영상통화로 감독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자주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는 관계로 촬영이 지연된다.
시골 마을에서도 그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진다. 이미 정혼자가 있던 여성이 다른 청년과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그의 카메라에 찍혔다는 소문이 퍼진다. 마을 원로들은 그의 집에 쫓아가 사진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현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혼자 문화부터 찍으면 안 될 것을 찍었다는 설정까지 파나히 감독의 실제 상황에 대한 은유다. 파나히 감독은 자유를 억압하고 미래를 앗아가는 이란 정부에 대한 풍자를 영화 속에 켜켜이 쌓아 놓았다. 그는 이 영화를 찍은 직후인 2022년 7월 체포됐고, 구금된 상태에서 그해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이후 옥중 단식 투쟁을 하다가 지난해 2월 풀려났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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