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화-우민화 된 한국교회… ‘신분’ 상승하니 현실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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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교회는 밤길을 걷고 있습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올라왔는데, 신분이 상승하니 이제는 안주하고 있으니까요."
"집회나 모임 같은 곳에서 외제 차, 대형 차를 끌고 온 젊은 목사들을 자주 봐요. 심지어 신학대학 교수 중에도 자기 차가 벤츠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명색이 목사가 그걸 자랑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신학대 학생 중 상당수가 또 그런 목사들을 동경하고 추종해요. 사회의 가장 낮은 밑바닥 사람들과 함께하며 올라온 한국 교회가 어느새 사회 지도층이 되고 신분이 상승하니까 귀족화돼 그 단맛을 즐기기 시작한 거죠."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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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자랑하는 목사… 그런 목사를 동경하는 이도
‘단맛’에 빠지면서 본질 잊어
교회에 발길 끊는 사람들… 교회가 원인 아닌지 자성해야
2일 경기 동두천시 두레문화마을에서 만난 김진홍 목사(82·두레문화마을 대표)는 한국 개신교계가 귀족화, 우민화, 물량화의 늪에 빠져 본질을 잊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71년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선교와 사회사업으로 목회 활동을 시작한 그는 최근 80년 인생을 정리한 ‘내 삶을 이끌어준 12가지 말씀’(미문 커뮤니케이션)을 출간했다.
―교회가 신분이 상승하니 안주하고 있다고요.
“집회나 모임 같은 곳에서 외제 차, 대형 차를 끌고 온 젊은 목사들을 자주 봐요. 심지어 신학대학 교수 중에도 자기 차가 벤츠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명색이 목사가 그걸 자랑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신학대 학생 중 상당수가 또 그런 목사들을 동경하고 추종해요. 사회의 가장 낮은 밑바닥 사람들과 함께하며 올라온 한국 교회가 어느새 사회 지도층이 되고 신분이 상승하니까 귀족화돼 그 단맛을 즐기기 시작한 거죠.”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보시는지요.
“한국 개신교는 1970, 8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저도 청계천에서 빈민 선교부터 시작했습니다만, 당시 한국 교회는 사회의 가장 하층민들에게 다가가 스스로 희생하고 봉사하고 아픔을 함께 나눴지요. 교회에 가면, 목사를 만나면 행복하고 따뜻하니 사람들이 모이는 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 교계 지도자들은 누구와 함께하고 있습니까.”
―과거와 달라졌다는 말인지요.
“제가 어떤 회사의 판매 여직원들을 모아서 설교한 적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혹시 이 중에 교회에 다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지요. 3%가 채 안 되더군요. 저는… 과거와 달라진, 귀족화된 한국 교회가 없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초청을 받아서 차를 갖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왔는지 말했는데도 입구에서 안 믿고 들여보내 주질 않는 거예요. 나중에 죄송하다면서 그러더군요. 프라이드 타고 오는 종교인은 처음 봤다고. 30년 전에도 그 정도였으니…. 교회가 사람들이 발길을 끊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합니다.”
―목사신데…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도 하셨더군요.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진리 안의 자유를 말씀하신 거지요.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설명을 해줘야지 ‘무조건 믿어라’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건 우민화지요. 그러니 목사가 기침해도 ‘아멘’ 하는 사람이 나오는 거지요. 맹목적인 신앙은 추종자만 양산하지, 참된 신앙인을 기르지 못합니다. 신앙이 먼저가 아닙니다. 인간다운, 사람이 되는 게 먼저지요.”
―실례입니다만, 아주 느린 말투로 설교하는데 원래 그런 것인지요.
“아니에요. 젊었을 때는 저도 ‘따발총’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청계천 빈민 선교부터 시작했잖아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교회 용어나 어려운 말을 쓰면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교회 어법이 아니라 그들의 용어, 화법으로 말을 쉽게 바꿨지요. 말이 빨라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들으면서 생각하고 이해할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말하고 설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오래되다 보니 지금처럼 느릿한 말투가 되더군요. 하하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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