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도서 뮤지션으로, 이젠 배우로…“데뷔작, 날 닮은 선물 같아요”
- 대체복무 때 취미로 피아노 입문
- 싱어송라이터의 길 걷게 된 계기
- 앨범 냈지만 음악적 공백 길어져
- 연기 배워 오디션… 또 깜짝 변신
- “삼각로맨스 속 직진 연하남 맡아
- 극중 노래도 직접 작사·작곡했죠”
독특한 이력을 지닌 신인 배우 한 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6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 #2’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손정혁이 그 주인공 이다. 그는 가수로 먼저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출신 배우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하던 중 피아노를 배우며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손정혁은 “당시 사회복무요원을 하며 시간이 생겨 음악을 취미로 하게 됐다. 피아노를 처음 쳐보고, 친구에게 작곡도 배웠는데 어느 순간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며 경영학도에서 가수를 꿈꾸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2020년에는 ‘데미안’이란 이름으로 싱글 ‘카세트’를 발표해 스포티파이의 ‘K-팝 대박’ 차트에 오르는 등 글로벌 인기를 얻었다. 2021년 JTBC ‘슈퍼밴드2’에 출연해 작사, 작곡,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수의 길을 걷고 있던 손정혁이 연기의 길로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전 회사에서 음악적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표현력을 더 키우고 싶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음악만큼 재밌더라. 어느 순간 음악 대신 연기만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다. 작곡도 좋아하지만 연기도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느껴 병행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배우로 데뷔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그리고 운명 같은 작품인 ‘사운드트랙 #2’를 만났다. ‘사운드트랙 #2’는 성공한 CEO가 된 전 남친 수호와 자신에게 무한 직진하는 뉴 썸남 케이 사이에 놓인 피아노 과외 선생님 현서의 로맨스를 다룬 감성 드라마다. 손정혁은 작사·작곡·노래 실력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케이 역을 맡아 연상의 현서에게 직진하는 순수 연하남을 연기했다.
그는 “새로운 소속사에 들어오자마자 오디션을 봤는데 그 작품이 ‘사운드트랙 #2’였다. 2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는데, 두 번째 오디션 때는 기타를 들고 가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자작곡을 불렀다”며 가수로 활동했던 자기 모습과 많이 닮은 케이를 만난 것은 “마치 잘 포장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손정혁의 싱어송라이터 실력은 드라마 속에서 빛났다. 극 중 케이가 노래하는 ‘다 카포’라는 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것이다. 그는 “실은 수록곡 정도로만 생각하고 쓴 곡인데, 극 중 세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곡으로 쓰일 줄 정말 몰랐다”며 웃었다. 손정혁은 출연한 배우의 곡이 드라마 배경에 나오면 어떨까 싶어서 김희원 감독과 최정규 감독에게 들려줬는데,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두 감독이 주제곡으로 쓰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원래 현서와 수호 사이에 끼게 된 케이의 입장을 다룬 가사 때문에 제목이 ‘다음 사람’이었는데, 주제곡이 되면서 가사를 다시 써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의 ‘다 카포’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사운드트랙 #2’에서 음악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을 보여준 손정혁이지만 연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장 고민된 점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자연스러움의 줄타기였다. 표현하고자 하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릴 때가 있고,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정말 어렵더라”며 처음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가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는데,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감정을 더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더라”며 연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손정혁은 ‘사운드트랙 #2’ 촬영을 마치고 샌포드 마이즈너 테크닉 훈련을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상황과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현대무용을 배우며 굳은 몸을 풀어주는 연습도 한다.
또 신인 배우가 느낄 수밖에 없는 촬영장의 낯섦은 함께 연기한 수호 역의 노상현과 현서 역의 금새록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손정혁은 “상현이 형도 데뷔가 늦은 편인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면 무조건 많이 일하라고 하더라. 금새록 누나는 친누나처럼 챙겨줬다. 좋았던 연기는 꼭 칭찬해 줘서 힘을 얻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올린 첫 드라마를 마친 손정혁은 “지금은 뭘 먹어도 맛있고, 부담이나 고통스러운 과정보다 연기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즐기는 과정인 듯하다. 그래서 빨리 다음 작품을 촬영하고 싶고, 매일 열심히 훈련한다”고 2024년을 맞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운드트랙 #2’의 케이 역이 ‘가수 손정혁’에게 찾아온 운명이었다면, 2024년 그가 연기할 차기작은 ‘배우 손정혁’의 준비한 운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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