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술집엔 소문난 안주 있다…새해모임 품격 높이는 ‘페어링’
부산에는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철학과 개성으로 무장한 ‘양조장 문화’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부산지역 수제맥주 브루어리 지형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그중 새로운 콘셉트로 전혀 다른 매력의 ‘2호점’을 선보인 ‘와일드웨이브’와 ‘툼브로이’, 우리술 양조장과 펍이라는 독특한 공간으로 양조장 문화를 잇는 ‘꿀꺽하우스’, 독립서점과 맥주·와인이 함께하는 탭하우스 ‘ㅎㅎㅎ’(흐흐흐)를 찾아 특별한 페어링(어울리는 술과 음식의 조합)을 부탁했다. 새해 모임이 잦은 시기 맥주 와인 우리술 등 취향에 맞는 술과 어울리는 음식, 현장 전문가는 무엇을 추천했을까.
◇‘사우어영도’ 추천
- 화이트와인으로 맛낸 해물찜에 사워맥주 “상큼해”
야생 효모와 미생물로 특유의 신맛이 강렬한 사워 맥주 ‘설레임’은 국내 최초 사우어·와일드 양조장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맥주다. 와일드웨이브는 2017년께 양조장을 갖춘 브루어리로 송정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광안리해수욕장에 직영점(2019년)을 운영했다. 현재는 두 곳 모두 문을 닫고 양조장은 기장군으로, 매장은 콘셉트를 ‘다이닝펍’으로 바꿔 영도구로 각각 옮긴 상태다. 송정과 광안리에 이어 이번엔 영도 바다에서 ‘바닷가 근처 양조장’ 콘셉트를 유지한 셈. 대신 ‘와일드웨이브’란 이름을 고수하지 않고 ‘사우어 영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와일드웨이브 김관열 대표는 “그동안 브루어리는 1, 2층에서 운영했는데, 이번 다이닝펍은 8층이다. 브루어리보다 레스토랑 콘셉트를 강조해 기존 와일드웨이브와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설레임’은 대한민국 주류대상 크래프트 맥주 에일 부문과 부산수제맥주마스터스 챌린지에서 각각 대상과 최고의 맥주로 선정되는 등 산미가 강한 사워 맥주로는 드물게 마니아 층이 두텁다. 인기에 힘입어 병맥주(드래프트 맥주)로도 판매한다. 고흥 유자를 넣어 2019년께 한시적으로 선보인 ‘유자설레임’ 역시 기존 ‘설레임’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 대표는 대표 맥주 ‘설레임’과 함께 ‘해산물 빠삐요뜨’를 추천했다. ‘해산물 빠삐요뜨’는 흰 살 생선과 새우 조개 등 각종 해산물과 화이트와인으로 맛을 낸 프랑스식 해물찜으로, 사우어 영도에서 선보이는 요리다. 김 대표는 “다양한 해산물을 나눠 먹기 좋은 담백하고 산뜻한 음식이다. 함께 나가는 특제 갈릭 알리올리 소스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며 “해산물의 감칠맛이 조금 지루할 때 화이트와인 대신 레몬과 열대과일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이 깔끔하게 정리해 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통창 너머 펼쳐지는 영도 바다 뷰는 덤.
◇‘주든’ 추천
- 묵직한 라거맥주에 달콤쫀득한 씨앗호떡… 중독성이란 이런 것
동해선 오시리아역 인근 독일 맥주 브루어리 ‘툼브로이’는 2021년 오픈(국제신문 2021년 2월 25일 자 13면 보도) 이후 맥덕 사이에서 ‘근본 있는 맥주’라는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부산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브루어리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툼브로이 브랜드는 1690년 독일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1907년부터 안드레아스 마인트 가문이 인수해 지금도 바이에른주 뮐도르프에서 운영 중인 유서 깊은 브루어리다. 안드레아스 대표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부산에 정착해 정통 독일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 툼브로이가 지난해 광안리해수욕장 동방오거리 인근에 두 번째 공간인 ‘주든’을 선보였다. 독일어로 남쪽을 뜻하는 ‘주든’에서는 툼브로이에서 엄선한 맥주, 툼브로이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선보인다. 주든은 안드레아스 대표의 아내 이정민 씨가 운영하고, 김한규·이수봉 씨가 양조와 음식 등을 맡고 있다. ‘주든’은 따뜻한 남쪽 부산에서 겨울철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음식으로 라거맥주 ‘도펠복’과 호떡을 추천했다.
도펠복은 진한 고도수(9도) 라거 맥주로, ‘윈터워머’(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맥주)로 불리는 독일 대표 고도수 맥주다. 여러 가지 스페셜 몰트를 사용해 견과류와 건과일 등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1년에 한 번만 툼브로이에서 양조돼 겨울 시즌 한정 판매된다. 곁들일 음료로는 주든 셰프가 직접 만든 찹쌀 씨앗호떡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쫀득한 호떡에 셰프가 만든 시럽과 고소한 견과류를 잔뜩 올렸다.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으면 달달함이 두 배”라고 했다. 그는 “도펠복의 고소하고 달달한 풍미가 호떡 맛을 더 진하게 하고, 호떡은 도펠복의 묵직한 맛을 다양한 식감과 달콤함으로 중화하는 등 겨울철 최고 세트메뉴다”고 덧붙였다.
◇‘꿀꺽하우스’ 추천
- 고급스러운 전통주엔 옥수수감자전도, 들기름 국수도 좋아
우리술을 즐기고 싶다면 광안리해수욕장 동방오거리 인근 우리술 양조장 ‘꿀꺽하우스’를 찾으면 좋다. 드물게 우리술 양조장과 펍이 결합된 공간이다. 맥주 양조 이력이 있는 이준표 대표가 우리 땅에서 기른 재료로 우리술 양조에도 도전하며 탄생했다.
이 대표는 여럿이 함께 즐기기 좋은 탁주로 ‘광안밤’을 가장 먼저 뽑았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연상하며 만든 술. 김해쌀로 빚은 단양주 베이스에 유산균 발효로 달콤한 산미를 냈다. 여기에 라임제스트, 라임즙, 애플민트를 넣어 요구르트 같은 질감과 과일의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난다. 이 대표는 “한입 가득 머금었을 때 훨씬 더 매력적인 술이다. 모히토처럼 마시기 좋고 파티와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가벼운 산미는 기름기 있는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린다. 우리술 양조 못지않게 계절별 어울리는 음식을 연구하는 꿀꺽하우스에서 광안밤과 어울리는 음식으로 ‘옥고감전’과 ‘어간장 들들국수’를 추천했다. 옥고감전은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얇게 채 썰어 노릇하게 구운 음식이다. 바삭한 식감에 구황작물 풍미가 느껴져 중독성이 강하다. 옥고감전만으로 부족하다면 6시간 이상 직접 달인 어간장과 들기름, 들깨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어간장 들들국수’를 곁들이면 좋다.
이 대표는 “요즘 고객이 가장 즐기는 조합이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밀양 ‘단장 대추’와 시나몬을 활용한 우리술 ‘대추걸렸네’와 츄로스 맛의 떡구이 ‘츄로떡’도 따스함 가득한 술자리에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꿀꺽하우스에서는 직접 만든 우리술과 전국 다양한 전통주를 만날 수 있다. 약주·탁주·과실주·증류주는 물론 맥주도 있다. 한 번에 대량 양조하지 않고 계절별, 재료별로 소량 양조하는 것도 꿀꺽하우스만의 특징이다.
◇‘흐흐흐 부산’ 추천
- 부드러운 내추럴 와인과 수제 소시지
지난해 온천천 카페거리에 오픈한 탭하우스 ‘ㅎㅎㅎ 부산’(흐흐흐 부산)은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잡는다. 1층에는 국내외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와 내추럴 와인이, 2층에는 음악이 흐르는 독립서점 ‘스테레오북스’가 있다. 경북 경주에 본점이 있고, 부산 탭룸은 지난해 상륙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엄선한 맥주·와인 라인업으로 부산을 여행하는 애주가 사이에서 벌써 입소문이 났다.
ㅎㅎㅎ 부산 이건휘 대표에게 와인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루나 가이아 네렐로 마스칼레제’(레드와인)를 꼽았다. 시칠리아 토착 품종을 사용해 바이오다이나믹 농법(포도 재배 시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음)으로 와인을 만드는 루나 가이아의 라인업 중 하나로, 부드러운 탄닌감(떫은 맛)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산미가 강하지 않아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다”며 “복합적이면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체리 라즈베리, 그리고 부드러운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페어링으로 ‘ㅎㅎㅎ’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 소세지를 추천했다. 이 대표가 최소한의 소금을 넣어 만든 소시지다. 짠맛이 강하지 않고 육질이 탄탄해 레드와인 또는 크래프트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는 직접 양조를 하지 않는 대신 ㅎㅎㅎ 시그니처 맥주(체흐흐흐리)를 포함해 안동맥주(경북), 토플링 골리앗(미국), 반스틴베르그(벨기에), 튈퀸(벨기에) 등 유명 크래프트 맥주를 한곳에서 선보인다. 매장 한편의 보틀숍에서는 와인과 드래프트 맥주, 굿즈 등을 살 수 있다. 와인 역시 시즌별로 라인업이 달라진다. 3일 기준 레드·화이트와인 각 8종, 스파클링와인 2종, 오렌지와인 4종, 펫낫(자연적으로 거품이 생긴 와인) 6종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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