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55] Stick to your plan. Anticipate. Don’t improvise

황석희 영화 번역가 2024. 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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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말고
‘더 킬러(The killer∙2023)'

맞은편 건물에서 암살 타깃이 나타나길 감시 중인 킬러. 벌써 5일째 감시 중이지만 타깃이 나타나지 않는다. 살인을 철저히 직업적으로 대하는 킬러는 이 세상을 이렇게 말한다.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죽느냐, 죽이느냐. 적자생존이란 거지(It’s a dog-eat-dog world. Kill or be killed. Survival of the fittest).” 그저 타깃이 나타나면 죽이고 돈을 받을 뿐이다. 한 킬러의 담담한 독백으로 이어지는 영화 ‘더 킬러(The killer∙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시종일관 냉소적인 이 킬러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기꺼이 성선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정확히 뭘 근거로(Of those who like to put their faith in mankind’s inherent goodness, I have to ask, based on what, exactly)?”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여전히 타깃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건 한가한 시간이다(It’s the idle hours that most often lead a man to ruin).” 킬러는 미칠 지경이다. “사람을 화나게 하려고 고안된 일들은 어째선지 하나같이 지루한 것들이다(Somehow, jobs that are designed to rattle a cage are always the most tedious).”

5일 넘게 타깃이 나타나길 감시하며 독백을 읊조린 결과 드디어 타깃이 등장했다. “계획대로 해. 예측하되 임기응변하지 말고(Stick to your plan. Anticipate. Don’t improvise).” 늘 하던 입버릇을 속으로 되뇌며 총을 쏘는 순간, 타깃을 빗나간다. 이 철두철미하고 직업 정신이 투철한 킬러는 난생처음 직업적인 당혹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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