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모두를 바꿀 121번의 ‘작심삼일’
연초가 되면 누구나 자신과의 약속 하나 정도는 정하기 마련이다. 금연, 금주, 운동, 독서 등등. 그 약속이 ‘작심삼일’(作心三日·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에 그치더라도 말이다.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필자도 약속 아닌 약속들을 정하게 됐는데, 놀라운 사실은 ‘건강과 가족을 위해서’라는 단서 조항이 생기니 군말 없이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의사로부터 “혈압이 높아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충격 선언을 들었고 곧바로 실천에 들어 갔다. 가족 앞에서 금연을 선언했고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그 무섭다는 작심삼일은 일단 넘겼는데, 가족애(愛)로 버텨 보려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2024년. 참 많은 것들이 ‘약속’이라는 단어로 포장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가장 큰 무대는 목전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저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온 후보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운운하며 달콤한 메시지를 남발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약속의 주체는 누구일까. 주체에 따라 약속의 이행 강도는 달라지기 마련인데, 허공에 날린 약속(국민 없는 약속)은 결국 지켜질 수 없는 허상이 되고 말 것이다. 동력이 사라진 열차처럼 말이다.
대통령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각자가 정하는 약속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떠나 이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약속의 100% 이행’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약속을 실행해 보겠다는 다짐과 선언, 실천 의지가 쌓일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는 흘러갈 테니 말이다. 나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꿀 약속이라면 121번의 ‘작심삼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신(信)나는 사회를 만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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