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바라지’ 를 아시나요... 비만관리에 에어비앤비까지
지난달 29일 인천 남동구 한 동물병원을 찾은 50대 여성이 “강아지가 자꾸 한쪽 다리를 들고 걷는다”며 반려견인 몰티즈(개의 품종)의 진료를 맡겼다. 수의사가 강아지 뒷다리를 엑스레이로 촬영하자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하더니 모니터에 ‘슬개골 탈구 가능성 87%’라는 표시를 띄웠다.
이날 질병 확률을 계산해 알려준 건 SK텔레콤의 AI 기반 엑스레이 분석 서비스 ‘엑스칼리버’. 강아지나 고양이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15초 안에 심장 비대증부터 퇴행성 관절염까지 각종 질병 여부를 알려준다. 이 병원 오이세 원장은 “하루에 5건 정도 엑스칼리버 도움을 받는데 진단이 애매한 경우에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보호자도 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 포화로 신성장 동력 찾기에 고민하는 국내 통신사들이 AI와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을 앞세워 펫 테크(Pet Tech)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IoT처럼 이미 강점을 가진 기술력과 인프라를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사람 대상 서비스보다 규제가 덜한 것도 매력적이다. 반려동물 관련 부가 서비스로 기존 통신 가입자를 묶어놓는 효과도 기대한다.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 가구는 552만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
반려견 비만 관리, ‘펫 에어비앤비’도 등장
LG유플러스는 작년에만 3차례 반려동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 11월 ‘반려견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반려견 동반 숙소·공간 예약 플랫폼 마당스페이스 운영 업체를 인수했다. 이에 앞서 6월 반려견 커뮤니티 퍼피유 운영사를 인수했고, 7월엔 동물병원에 클라우드 전자 의무 기록(EMR)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벳칭에 30억원을 투자했다.
KT는 반려견 목에 채워 활동량을 분석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페보’와 이와 연동한 자동 급식기 ‘펫위즈’를 제공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반려견 활동량을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급식량을 조절하는 일종의 비만 관리 장치다. 기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월 1만원을 내면 연 13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엑스칼리버 진단 범위와 국가를 늘리고 있다. 재작년 9월 반려견용으로 내놓은 서비스를 작년 말 고양이로 확대하며 전국 500여 동물병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르면 이달 중 호주·싱가포르 동물병원에도 엑스칼리버를 보급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특히 호주는 전체 가구의 69%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반려묘만 400만마리로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고 했다.
강점 가진 사물인터넷·인공지능 활용
통신사들은 펫 테크가 자사 기존 서비스·기술을 접목하기 좋고, 성장 잠재력도 큰 시장으로 본다. 예컨대 웨어러블 기기에는 IoT 기술이 필요한데 통신사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KT와 함께 페보를 개발한 디디케어스의 김상현 대표는 “반려견 활동량을 파악하고 주인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는 작게 만들수록 통신 품질이 떨어지지는데 이 부분을 KT와 함께 해결했다”고 했다. LG유플러스가 재작년 내놓은 실시간 원격조종 반려동물 장난감에도 통신 기술과 IoT 기술이 들어가 있다.
장기적으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AICC(인공지능 콜센터) 사업을 동물병원으로 확대하고,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반려동물 건강검진 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한 영상 분석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을 더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동물병원은 영상 판독 전문의가 300명에 불과할 정도로 관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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