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내려도… 中 부동산 위기-고령화에 韓수출 타격 우려”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4. 1.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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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학 인터뷰]〈3〉 ‘통화정책 전문가’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
“美연준, 3월 인하 가능성 있지만… 신뢰 잃지 않기위해 더 기다릴것”
“美 긴축으로 올해 경기둔화 예상… 바이든 재선, 힘든 도전될 것”
“韓에 필요한건 ‘생산성 성장’ 투자… 민간투자에 인센티브 더 집중을”
세계적인 거시경제 석학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 최저 수준의 한국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 하락으로 경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생산성 증가를 위한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즈너 교수 제공
《“중국은 현 부동산 위기가 아니래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한국 수출에 타격 요인이다.” 세계적 거시경제 전문가 랜들 크로즈너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사진)의 진단이다. 그는 생산성을 끌어올려 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제조업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자본집약적 산업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세제 혜택 등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신흥국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은 덜겠지만 중국 경제 둔화와 지정학적 불안이 세계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겁니다.”

세계적인 거시경제 석학인 랜들 크로즈너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2024년 세계 경제를 이같이 전망했다. 크로즈너 교수는 “특히 중국은 현 부동산 위기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어,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크로즈너 교수는 조지 부시 행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에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도 지내 금융위기 및 통화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미 재무부 금융조사국(OFR) 자문위 의장, 영국 중앙은행 금융정책위원 등을 맡고 있다.

크로즈너 교수는 팬데믹 당시 ‘돈 풀기’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뒤늦게 대응해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금리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올해 언제부터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 쏠려 있다. 크로즈너 교수는 시장 전망대로 3월 인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더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꼽았다. 크로즈너 교수는 “생산성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한다”면서 “출산율 제고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20년 이상 걸린다. 민간 투자 활력에 인센티브를 쏟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새해는 ‘금리 인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고 보는가.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사람들이 실제 소비하는 품목이 균형적으로 반영돼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 더 중점을 두는데, 지난해 11월 근원 PCE(3.2%)를 보면 근본적인 하락세가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목표 인플레이션’(2%대)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매우 명확하게 말했다.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이 ‘3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래도 시장은 3월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물가가 연준 예상보다 더 빨리 하락한다면 3월 인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연준이 너무 일찍 금리를 인하하고 승리를 선언했다가 신뢰를 잃고 금리가 두 자릿수로 올라갔던 교훈이 있다. 너무 일찍 움직였다가 연준은 자칫 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고, 그러면 의심할 여지 없이 급격한 위축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확실히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3월보다는) 더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2년여의 인플레이션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전 세계 거의 모든 중앙은행이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2021년 가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사실이 꽤 분명해졌지만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이번 금리 인상은 최단 기간 동안 5%포인트를 끌어올린 연준 역사상 가장 급격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잘 움직이고 있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경기 침체의 뚜렷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연준이 물가를 낮춘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금리를 빨리 올렸는데 경제가 좋았던 사례가 있나.

“극히 드물다. 지금처럼 급격한 인상은 아니지만 1994년에도 금리 인상기에 경제가 덜 흔들렸던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역풍이 더 심했음에도 경제는 매우 탄력적이었다. 이는 경제학자들이나 연준이 1년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왜 과거와 달리 고금리에 따른 급격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을까.

“과거와 오늘날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다는 점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동안 발생한 충격 중 하나가 에너지 가격 상승인데, 원유 생산량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미국은 이를 방어할 수 있었다. 이것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과의 회복 차이를 만들었다. 둘째,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노동시장 경직이다. 한국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듯, 세계 곳곳에서 고령화가 감지되고 있다.(노동시장 경직으로 금리 인상에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경제가 좋은데도 미국인들은 ‘바이드노믹스(Biden+Economics·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불만이 많다.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

“사람들은 고물가를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과소평가하고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인데, 최근 2년간 임금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른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가족과 외식을 할 수 없고,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미국은 (긴축 누적으로)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 ‘경착륙’까진 아니지만 ‘경착륙 같은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는 대선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제 한숨 돌려도 될까.

“연준의 금리 인하로 신흥국들은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국가에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없었는데도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졌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이탈 압박이 컸다. 따라서 미 금리 인하는 세계 각국 경제에 숨통이 트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에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

―올해 세계 경제에서 어떤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나.

“경제적 측면과 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부동산 부문과는 별개로 과거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문제는 일본보다도 빠른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향후 성장이 훨씬 더 둔화될 것이란 점이다.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은 노동시간과 시간당 생산성에 달려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총 노동시간도 내려가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국가통제기업과 민간기업 중에서 민간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민간 부문 활력으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상쇄하기보다 국가 통제로 나아가고 있기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국 가계 저축률 하락으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팬데믹 이후 재개방에도 중국의 급격한 반등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등 ‘두 개의 전쟁’뿐만 아니라 서방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는 장기전인 예멘 내전과 후티 반군 도발 영향도 우려스럽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사태처럼) 공급망 타격에 따른 에너지 시장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올해 한국은행은 연준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움직여야 할까.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에 집중해야 한다. 중앙은행 신뢰 상실의 대가는 크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경제의 핵심이자 중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장기적 이득을 위해 안타깝지만 단기적인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험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중국 경제 둔화 요인으로 꼽은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이 더 심각한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 ‘생산성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출산율 제고 정책도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정책은 효과를 보려면 20년 이상 걸린다. 많은 사람이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면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극적인 정책 변화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정된 세제 혜택은 민간 투자 인센티브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민간 투자를 독려하는 환경을 만들고,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자본집약적 분야에 투자를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이민정책 변화다. 미국도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이민이 (생산가능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이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랜들 크로즈너 교수는
1984년 미국 브라운대 학사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0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2001~2003년 조지 부시 행정부 대통령 경제자문위 위원
2006~2009년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
2010년 연세대 SK석좌교수
● 현 미 재무부 산하 금융조사국(OFR) 자문위원회 의장
현 영국중앙은행 금융정책위원회 위원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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