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판다와 사육사의 딜레마
두 가지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과가 좋지 않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곤란한 상태를 ‘딜레마(Dilemma)’라고 한다. 한때 연구자들은 판다를 ‘진화의 딜레마에 빠진 동물’이라 표현했다. 진화 과정에서 육식이냐 초식이냐를 놓고 매우 어려운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판다는 엄연히 곰과 동물로 다른 육식동물들처럼 소화기관이 짧지만 진화하면서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게 됐다. 이는 육식동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금 판다들을 보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영양분이 낮은 대나무를 먹는 대신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하루의 절반은 먹이 활동에 할애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면 활동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판다는 계절마다 대나무의 어느 부분에 가장 많은 영양소가 있고, 어떤 대나무가 가장 맛있는지 알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고, 지혜를 발휘해 진화의 딜레마에서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판다의 삶에는 맹수의 무서운 기운 때문에 인간이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순간도, 초식동물처럼 순한 마음가짐이 되어 인간에게 곁을 내어주는 순간도 존재한다.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푸바오의 탄생 후 동물원 사육사란 직업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사육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아졌다.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힘을 쓰는 사람, 내가 돌보는 야생동물을 빛나게 하는 사람, 동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 많은 수식어가 붙었고 모두 맞는 말이지만, 사육사라는 직업의 가치와 방향성을 고려하면서 딱 맞는 표현을 찾으려니 딜레마가 생겼다. 그때 오랫동안 푸바오 사육사들의 활동을 지켜보던 ‘푸덕이’(푸바오 덕후) 한 분이 해답을 주었다. “사육사는요. 마치 자연과 문명을 이어주는 사람 같아요”라고. 최고의 찬사였다.
그렇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과 모두의 행복한 삶을 이어주는 사람들이다. 어디 사육사뿐이겠는가. 각자 위치에서 그런 역할을 찾아내고 선택한다면 모두가 연결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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