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김동전', 폐지 확정에도 시청자들과 웃을 수 있는 이유[TF초점]

최수빈 2024. 1.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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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김동전' 1월 중순 종영

KBS2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이 1월 중순 종영한다. /KBS2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지만, 대중의 입소문을 타고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홍김동전'이 아쉽게도 시청자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럼에도 '홍김동전'은 웃으며 안방극장에 인사를 전한다.

KBS2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은 홍 씨와 김 씨의 동전으로 운명이 체인지되는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다. 김숙 홍진경 조세호 주우재 우영의 현실감 넘치는 '케미'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전하고 있다.

'홍김동전'의 폐지설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지난해 4월이다. '홍김동전'을 비롯해 다수의 KBS 예능프로그램이 저조한 시청률 및 화제성으로 폐지된다는 것. 하지만 KBS는 이를 부인하며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위해 수시로 편성의 조정이나 개편을 하고 있으나 현재 특정 프로그램의 폐지 및 편성 변경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폐지설에 놀란 '홍김동전' 시청자들은 당시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홍김동전'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며 폐지 반대 청원 글을 올렸다. '홍김동전' 제작진은 공식 SNS를 통해 "오늘도 즐거운 녹화 날. '홍김동전'은 앞으로도 쭉 계속됩니다"라는 글로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한 번의 위기를 넘긴 '홍김동전'이지만 결국 1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18일 "'홍김동전'이 1월 중순 종영한다"고 프로그램 폐지 소식을 공식화하며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번에도 KBS 홈페이지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작성하며 폐지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폐지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KBS2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이 SNS와 OTT에서 역주행을 기록했다. /KBS2

'홍김동전'은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내세우며 웃음에 초점을 맞췄다. 매회 동전을 던지면서 시작하기에 프로그램 진행 방식 자체는 단순했다. 하지만 그 속에 특별함이 있었다. 모두가 새롭고 자극적인 걸 시도하는 시기에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게임들과 프로그램 오마주를 통해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도록 한 것.

멤버들의 솔직한 '케미'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저조한 시청률과 관련해서 숨기지 않고 '본인 디스'를 이어갔으며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는 멤버들의 열정을 웃음 포인트로 활용했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며 구개념 콘셉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재생산이 이뤄지며 2049 세대 시청층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각종 커뮤니티와 유튜브 클립 등에서 레전드 회차 추천 글들이 올라오는가 하면 OTT 플랫폼 웨이브 기준 KBS 비드라마 29주 1위, KBS 드라마 비드라마 통합 1위를 기록하며 '역주행'을 보여줬다. 특히 이수지가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배우 김고은을 따라 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8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결국 1월 18일로 종영이 결정됐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OTT와 SNS를 통해 보는 두꺼운 시청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 소식에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홍김동전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다수 게재하기도 했으며 트럭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트럭은 '시청자가 반대하는 홍김동전 폐지 결정 누구를 위한 방송이냐' 등의 문구를 걸고 며칠 동안 방송사 앞을 지켰다.

'2023 K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주우재(위)가 쇼-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홍진경은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방송 화면 캡처

그렇지만 '홍김동전' 폐지는 철회되지 않았다. '홍김동전' 멤버들과 팬들 모두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보낸 가운데 지난 23일 KBS 신관 공개홀에서 개최된 '2023 KBS 연예대상'에 멤버들이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폐지가 결정된 '홍김동전'이지만 우수상과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는 성과를 달성했다.

주우재는 쇼-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홍진경은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주우재는 자신을 "'홍김동전'의 영원한 넷째 주우재"라고 소개하며 울컥했다. 그는 울먹거리며 "제가 작년에 처음 '홍김동전'에 참여했는데 올해 MC를 주셔서 이걸 상으로 생각을 했다. 상까지 주실 줄 몰랐다. 저는 운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운 좋게 '홍김동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서 이런 좋은 상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김동전' 폐지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진짜 잘했다"라며 눈물과 함께 멤버들의 이름을 호명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홍진경은 "'홍김동전' 때문에 이 상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홍김동전'이 종영을 하게 된 이 상황에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언젠가 좋은 기회가 된다면 밝은 웃음으로 찾아뵙겠다. 저희는 여기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잘하고 있겠다"고 얘기했다.

25일 유튜브 채널 '김숙티비'에 게재된 '연예대상 신경전부터 N탕 회식까지! 김숙의 시상식 찐풍경' 영상에서 주우재가 "다시 한번 뭉치자"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어 25일 유튜브 채널 '김숙티비'에는 '연예대상 신경전부터 N탕 회식까지! 김숙의 시상식 찐풍경'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2023 KBS 연예대상' 현장이 담겼다.

영상에서 홍진경은 "'홍김동전'은 이제 마지막이지만 '김숙티비'에서 곧 한번 뭉치겠다"고 밝혔으며 주우재도 "'김숙티비'로 해서 숙밥상으로 다시 한번 뭉치자"고 의지를 드러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계속 눈물을 흘리며 '홍김동전'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주우재의 모습에 김숙은 "쟤 계속 운다. 미쳤나 보다"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주우재는 "저희가 채널이 한 서네 개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숙도 "홍진경 쪽으로 가도 되고 장우영 쪽으로 가도 되고. '홍김동전'은 채널로 넘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여 다시 뭉칠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시상식을 마치고 '홍김동전' 팬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포옹을 나눈 김숙은 "두 시인데 아직도 남아 있다. 살짝 울 뻔했다"고 강조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멤버들도 시청자들도 '홍김동전'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저조한 시청률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폐지에 대해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홍김동전'과의 이별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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