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업무보고 '국민 토론회'로…'불통 이미지' 바뀔까

박숙현 2024. 1.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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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野 지도부 만남 등 적극적인 소통 노력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국민 토론회'식으로 정부 업무보고를 받는다. '민생 소통 행보'의 일환이다. 지난 11월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민 60여 명과 대화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고 행보에 나섰다. 새해를 맞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정부 업무보고를 민생 현장에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정책 대상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이 쌓인 가운데, 소통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정부 업무보고를 다양한 민생 주제별로 진행한다. 오는 4일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시작으로 총 10여 회 이상 이어질 예정이다. 주택, 일자리, 중소기업, 국민 안전, 돌봄, 교통, 의료개혁, 미디어정책, 저출산 대책, 에너지 정책 등도 주제로 다룬다. 지난해까지는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다수 부처가 참여해 칸막이 없이 협업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차원이다. 일례로 '민생·일자리 외교' 토론회의 경우 외교부는 물론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K컬처 세계화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산 수출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이 함께 준비하는 식이다.

또 부처 관계자, 전문가는 물론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토론회 장소도 역대 정부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했던 것과 달리 해당 주제와 관련된 정책 현장에서 열린다. 오는 10일 '주택'을 주제로 한 2차 토론회는 노후신도시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밝혀온 현장 중심, 민생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이번 민생토론회 시리즈를 통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천명한 바와 같이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를 지향하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새해를 맞아 국정운영 각오를 다지는 '신년 인사회'에서도 드러났다. 신년 인사회는 주로 5부 요인과 정계 인사 중심으로 참석하는데, 이번에는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급발진 확인장치'로 대통령상을 받은 학생,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구조한 간호사와 육군 대위 등 3명을 '국민 대표'로 초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집권 후반기인 2021년과 2022년 신년 인사회에 일반 국민들을 초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도 직접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마친 후 기자실을 방문해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제가 하루(날을 잡고) 구내식당에서 한번 양을 많이 끓여서, 그렇게 같이 한번 먹자"고 한 '김치찌개 소통' 약속을 가리킨 것이다. 다만 신년 기자회견 일정은 미정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로 신년 기자회견이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등 공개 회견을 갖지 않고 있다.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대통령실 청사를 용산으로 이전하고 실시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도 2022년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기자회견과 야당 지도부 만남 등 보다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3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후 줄곧 '소통 강화'를 외쳐왔다. 윤 대통령은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참모들에게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통령실 참모들은 부랴부랴 마이스터고,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같은 소통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중심 소통은 범위가 정책 부문으로 한정되고, 건의사항을 호소하는 정도의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대화 참석자들 대부분은 각 부처 추천을 거친 이들로 구성돼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 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실제 지난해 11월 1일 윤 대통령은 시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지냈는데, 플랫폼 대기업의 수수료 등 독과점 문제 해결을 호소한 이가 국민의힘 핵심 당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소통 행보 노력이 빛바랜 바 있다.

국정과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야당과의 대화 물꼬를 푸는 것도 윤 대통령이 마주한 시급한 '소통 과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1야당 대표를 불러 정식 회동한 적이 없다. 피습 사태로 이날 신년 인사회에 불참하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했더라도 두 사람 간 대화는 신년 덕담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입원 중인 이 대표 외에,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원내 야당 지도부도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예고 등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모두 불참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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