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에서 ‘폭발’…이스라엘 소행일까
가자전쟁 중대한 ‘확전 기로’
이란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가셈 솔레이마니(1957~2020)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03명이 숨지고 171명이 다쳤다. 전날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2인자인 살리흐 아루리(58)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숨졌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의 핵심인 이란을 자극하는 공격이 잇따르면서 가자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3일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날 중부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 내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에서 4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던 중에 폭발물이 터졌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방송에 따르면 묘지 주변에서 첫 번째 폭발음이 들린 뒤 10여분 뒤 두 번째 폭발이 이어졌다. 이란인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이었던 탓에 많은 추모객이 몰리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 의문의 폭발이 “테러 공격”이라고 밝혔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이 폭발이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이란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4년 전인 2020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중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엠큐(MQ)-9 리퍼’ 드론을 투입해 제거한 바 있다. 이 죽음은 이란인들의 가슴에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깊은 증오를 남겼다. 그 때문인지 지난달 27일 라메잔 샤리프 이란혁명수비대 대변인(준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기습 공격이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이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가자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하마스와 이란 고위 인사에 대한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다. 앞선 2일엔 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다히야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아루리 부국장은 1987년 하마스 창설 때부터 이 조직에서 활동해 왔고, 1992년 만들어진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알깟삼) 여단을 만든 핵심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비비시(BBC)는 그가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측근이며, 레바논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연결하는 일을 맡아왔다고 전했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자트 리시크는 성명을 내어 이 공격을 이스라엘의 “비겁한 ‘암살’”이라고 규정하며 보복 의지를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물밑에서 진행해온 인질 석방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아루리가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및 휴전 협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5일엔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을 공습해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인사인 세예드 라지 무사비를 제거한 바 있다. 무사비는 이란의 역내 동맹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인 시리아와의 군사동맹을 조율하는 책임자였다.
미국 시엔엔(CNN) 등은 이스라엘의 잇따른 공습으로 가자전쟁이 친이란 성향의 주변국으로 번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신의 안방에서 이스라엘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헤즈볼라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심각한 테러를 당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가자전쟁의 향방이 바뀔 전망이다. 일단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는 “레바논 땅에서 저항 세력에 대한 어떠한 표적 암살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역시 2일 성명을 내어 “아루리를 ‘암살’한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향 길윤형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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