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자, 말을 해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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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치켜들고 숨을 죽었다.
지난해 12월, 한 해 동안 배웠던 엄마나라 말로 아이들이 동요를 불렀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엄마의 모국어를 공들여 배운 아이들이 공연까지 하게 되는 이 변화를 되새기느라 감격도 잊었다.
아이들아! 더 많이 더 열심히 배워서 엄마가 그동안 한국어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들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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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들의 한국어 발표를 경청했다. 그녀들이 고른 단어 하나부터 문장을 마무리하는 어미 선택까지 마음이 담긴 이야기였다. 복도를 스치고 다닐 때는 한 명의 결혼이민여성이던 사람이 발표를 듣고 나니 중국 사람 왕링링으로 베트남 사람 응웬티흐엉으로 필리핀 사람 마리아로 다가왔다. 이야기를 들어야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얼굴을 튼 것 같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보다 더 매력적인 남자가 있다. 크레타섬에 사는 이 남자는 저녁이면 등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서 갓 도착한 나그네가 없나 찾아본다. 나그네를 집에 데려와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한다. 그리고 “자, 말을 해보소.” 그가 나그네에게 청한 밥값은 이야기다. “자네 작업이 무엇이며, 자네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자네가 본 도시와 마을이 무엇 무엇인지 깡그리, 그렇지, 깡그리 이야기해 주게.” 이 남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외조부다. 집안 내력인지 카잔차키스도 빈털터리 나그네 조르바의 이야기를 매일 청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조르바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새해가 밝았다. 다문화사회 역사에 한 해가 보태졌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좀 더 준비된 국제결혼으로 바뀌고 있고 부부의 위치도 점차 수평을 찾아가고 있다. 가정이 변하고 있다. 다행이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여전히 한국인 친구가 없고 여전히 한국 사람과 말 섞을 일이 없다. 적응은 이민자의 몫이라고 빨리 배우고 익히라고 가르치는 사람만 있다. 새해엔 말을 걸자.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제 말을 해보라고 내가 듣겠노라고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지평을 넓히겠노라고 다짐해보자. 이제 사회가 변할 차례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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