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왕 등극케한’ 박근혜 “대전은요” 발언 진실 논란…대체 뭐길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피습사건 이후 살색 밴드로 오른쪽 뺨 수술부위를 가린채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습격을 받은 가운데 지난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커터칼 피습’으로 부상당한 이후 병상 첫 마디로 알려진 “대전은요” 발언에 대한 진실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선거 실무를 책임졌다. 참모끼리 ‘격전지인 대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말을 만들다가 ‘대전은요’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표의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전 의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면서 “‘조금 있으면 (박 대표가) 마취에서 깨어나실 텐데, 첫 마디를 뭐라고 했다고 발표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기에, 둘이 의논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짧은 발언’이 좋겠다고 했고, 구 전 의원이 “(판세가 박빙인) 대전 관련해서 말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답했으며, ‘표현은 무엇으로 하나’라고 자신이 되묻자 구 전 의원이 “대전은요”라고 발언을 다듬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판에서 그런 일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이재명 대표의 첫 마디도 정치적 의도를 담은 ‘참모진 작품’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일화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2006년 5월 20일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 유세하던 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다.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고 치료받은 뒤 병상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뒷얘기가 알려졌다. 이 말은 열린우리당 우세로 기운 듯했던 대전 민심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구 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전은요’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했다”며 “윤 전 장관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착각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마취에서 깨자 ‘대전은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고, 이를 언론 대응을 위해 확인·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전은요’로 줄인 것”이라며 “이런 전후 사정을 공유하고자 한 것인데, 윤 전 장관이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SNS를 통해 “윤 전 장관의 말씀은 팩트가 다 틀리므로 잠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전 시장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이튿날(5월 21일) 마취에서 깬 박 전 대통령의 첫 마디는 “오버하지 말라고 하세요”였다. 피습 사건에 강력 대응을 주장한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였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전은요?”는 그 다음날인 22일 선거상황 보고에 대한 반응이었고, 유 전 시장이 이를 병실을 나오면서 마주친 기자의 질문에 답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유 전 시장은 “보도 경위도 매우 우연에 가깝다”고 강조한 뒤 “있지도 않았던 내용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박 전 대통령의 진정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전날 오전 10시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부지에서 한 남성에게 습격을 당했다. 이 남성은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공격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경정맥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의식은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